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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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KBS 수신료

KBS 수신료(청취료, 시청료)는 KBS 전신인 경성방송국 때부터 있었다. 미 군정은 1946년 체신부령 1호를 통해 라디오 청취료를 월 10원으로 정했다. 1963년 박정희정부는 TV 방영에 따른 재정 확보를 위해 시청료를 100원 받았다. 1973년에는 800원까지 올랐다. 1981년 4월 컬러TV 시대가 개막하자 2500원으로 인상됐다. 당시에는 시청료 징수원이 집에 TV가 있는지 확인하러 다녔다. 징수원이 불쑥 초인종을 누르면 보던 TV를 끄고 장롱이나 이불 속에 감추는 일도 벌어졌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 밤 9시 뉴스 오프닝 멘트는 어김없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했다. ‘땡전 뉴스’라는 오명이 생길 정도였다. 공영방송이 민주화 열망을 외면하자 1984년 범국민적 KBS 시청료 거부운동이 벌어졌다. 시청료 징수율은 1988년에 44.3%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노태우 정권은 1994년 시청료를 수신료로 바꾸고, 한전의 전기료에 병합해 강제징수하도록 했다. 준조세로 만든 것이다. 수신료를 안 내면 전기를 끊는 극약처방도 썼다.

수신료의 법적 근거는 ‘TV 방송을 수신하는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방송법 64조)는 조항이다. 그러나 오늘날 TV 수상기는 PC 모니터, 유튜브 시청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케이블, 위성으로 TV를 보는 가입자 수는 작년 기준 3167만명이다. 시청자는 이미 매달 몇 만원씩 수신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를 논의할 때가 된 게 아닐까. 더구나 지상파 중간광고까지 허용한 마당에….

KBS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의 ‘김정은 찬양 인터뷰’ 논란에 이어 정경두 국방장관이 신년기획 프로그램에 나와 “미래를 위해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발언하자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그제 ‘KBS의 헌법 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를 발족시켰다. 공영방송이 편파성을 띨 때마다 늘 수신료 문제가 제기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수신료 거부운동이 이어지는 현실이 씁쓸하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