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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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포츠계 악동

존 매켄로. 1980년대 그랜드 슬램을 7번이나 달성한 테니스계의 신과 같은 존재다. 악동으로도 유명했다. 경기가 안 풀리면 라켓을 집어던지고 심판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이 잦았다. 미국 NBA에서 리바운드의 제왕으로 불렸던 데니스 로드먼은 여배우와의 스캔들, 자살 소동, 여장, 폭행 등 뉴스를 몰고 다녔다. 코트 위 ‘최고의 난봉꾼’ 소리를 들었다.

 

악동으로 불리는 선수들은 대부분 승부욕이 강하다고 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프로 선수일수록 일반인에 비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인 도덕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잉글랜드 축구 스타였던 웨인 루니가 대표적이다. 그는 선배인 데이비드 베컴에게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심판에게 비아냥대다 퇴장당하는 비이성·비도덕적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8개월간 스포츠 심리학자에게 정신치료를 받은 것을 보면 그도 고민을 많이 한 듯싶다.

 

‘악동은 악동만이 다스릴 수 있다?’ 급기야 복싱계의 악동 마이크 타이슨이 성질 죽이는 법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타이슨은 언론 인터뷰에서 “루니가 그라운드에서 문제가 될 행동을 가끔 하더라. 그가 겪고 있는 것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타이슨의 말에 루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수감·성폭행에 상대선수 귀 물어뜯기 등을 일삼은 타이슨의 악동 짓은 자신과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미국 DC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루니가 지난해 12월16일 미국 공항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일으켜 체포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항 출입구의 경보를 울리게 하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경범죄 벌금 25달러와 소송 비용 91달러를 냈다. 잊을 만하면 얼굴을 내밀어 악동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루니다. 정신치료도 타이슨의 관심도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인성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가 운동선수다. 악동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한 루니는 진정한 스타의 명예를 얻을 자격이 없다. 아이들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잊은 루니의 악동 짓을 본받을까 걱정이다.

 

김환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