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범블비와 택시·카풀 논쟁

지난해 말 개봉한 ‘범블비’는 자동차로 변신 가능한 오토봇(범블비)과 대립 세력인 ‘디셉티콘’이 대결하는,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다. 여기에 범블비와 인간 ‘찰리’의 교감을 감성적으로 풀어내 호평을 얻고 있다. 전작 ‘트랜스포머’와 달리 범블비는 스토리도 나름 탄탄했다.

더 눈길을 사로잡은 건 범블비 그 자체다. 자동차로 변신한 범블비는 찰리가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달렸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범블비가 선보인 것이다. 격투 끝에 목소리를 잃은 범블비는 하고픈 말을 라디오 음악으로 선곡해 찰리에게 전했다. 이 역시 발전하는 모빌리티의 한 단면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운전자 심리 상태에 따라 자동차 속 인공지능이 노래를 제공하는 기술은 이미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
하지만 범블비를 보는 내내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세상은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특히 최근 국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택시·카풀(승차공유) 논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택시업계와 카풀업계는 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출퇴근 시간 카풀 서비스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산업전멸’ 구호를 앞세운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기사들의 분신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사건도 두 차례나 발생했다.

반발이 거세자 카카오 측은 서비스 개시를 미룬 상태다.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와 여당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해 택시업계 설득에 나섰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택시업계가 “무조건 반대”만 외치고 있어서다. 심지어 시장과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한국당이 신산업 육성은 뒷전인 채 택시업계 편만 들고 있으니 아이로니컬하다.

전세계는 ‘공유경제’ 열풍 속에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으며 혁신 중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 그랩 등이 소비자 선택을 받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같은 서비스가 반대에 막혀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카풀이 무슨 4차 산업혁명이냐”고 코웃음 친다. 이 작은 변화조차 못 받아들이는데 하물며 자율주행차는 뿌리내릴 수 있을까.

범블비와 같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택시·카풀 논쟁 자체가 의미 없어질지도 모른다. 구글은 로보택시를 시험 중이고, 미국 헬리콥터 제조사인 벨헬리콥터는 최근 미국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19’에서 플라잉카를 전시했다. 자율주행 플라잉 택시의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도 택시업계는 지역 의원들에게 ‘표’로 압박하면서 카풀 도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의원 압박이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택시업계는 서비스 개선은 도외시하고 장거리 승객 태우기만 집착하는 ‘승차거부’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 정부 지원책 등이 단기처방은 될 수 있겠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최근 택시업계가 협동해 호출서비스 앱을 내놓은 건 환영할 일이다. 택시업계는 진작 IT 회사를 인수하거나 협업하는 방안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 극복을 시도해야 했다.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길 바란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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