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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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북핵협상 전략 변화 조짐… 정부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곧 열릴 모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하면 이번 주 중에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급회담에선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가 집중적으로 조율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11일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미 국민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하면 계속 줄여나갈 수 있을지에 관한 대화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 전략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바뀐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자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없애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북핵 의제를 뒤로 미루고 ICBM 폐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해야 한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이런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ICBM 폐기’ 카드로 북한과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미국이 겉으로는 북한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ICBM을 불능화하거나 핵을 감축하는 선에서 협상을 끝낼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이런 불길한 전망이 폼페이오 장관의 입을 통해 꼬리를 드러낸 것이다. 현실화한다면 대한민국에는 악몽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핵문제의 경우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사안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미국은 이번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핵 문제에서 일부 양보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북·미 협상의 실무 책임자인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 국민의 안전이 ‘궁극적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외쳤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북핵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함은 두말할 것이 없다. 철도 연결 등 남북 협력사업 활성화를 통해 북한과 우의를 다진다고 국가 안보가 확보될 리는 없다. 남북관계 개선의 환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북한 정권과 핵무기의 실상을 똑바로 봐야 한다.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토대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