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檢, SK케미칼·애경·이마트 압수수색…가습기살균제 수사 재개

검찰이 수많은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수사를 본격 재개했다.

수사 대상은 유해성이 입증된 옥시 제품과는 다른 원료를 썼다는 이유로 그동안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가습기 메이트’ 제조·유통에 관여한 업체들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15일 SK케미칼(現 SK디스커버리), 애경산업, 이마트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제품제조 관련 문서와 판매자료 등 확보 중이다.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들이 모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구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개발했으며, 애경산업은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이마트는 해당 제품 유통에 관여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개시와 함께 완결되지 못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수사도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유해성이 인정된 물질을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포함한 옥시 등은 검찰 수사와 처벌이 이미 대부분 마무리됐다.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現 RB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월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신 전 대표는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제품에 사용, 사망자 73명을 포함해 총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가 인정됐다.

가습기 메이트에 사용된 CMIT와 MIT는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관련 업체와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해당 원료의 유해성과 관련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수사 재개 가능성이 열리자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지난해 11월 최창원·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14명을 다시 검찰에 고발했다.

가습기넷은 고발장을 내면서 “여러 연구와 자료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또 다른 원료물질인 CMIT·MIT도 참사의 원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7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가습기 살균제사건 진행 상황을 묻는 항목에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 69.7%를 차지했으며, 잘 모른다거나 잘 해결되었을 거라는 답변은 각각 18.0%, 12.3%였다.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7.8%가 기업을 지목했으며 △정부(40.5%) △소비자(1.6%) 순이었다.

조사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17일부터 3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