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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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학생 추락사' 가해자들, 사망 책임 전면 부인

"폭행, 상해는 인정하지만, 사망할 줄은 몰랐다" / 폭행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 주요 쟁점으로
또래 중학생을 집단폭행한 뒤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10대 4명 중 3명이 첫 재판에서 피해자 사망과 관련한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이로써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재판의 주요쟁점으로 떠올랐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오후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14)군 등 중학생 3명의 변호인들은 "당시 폭행과 상해부분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폭행이나 상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
사진=연합뉴스
다만 A군 등 3명과 함께 기소된 B(16)양의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집단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상황도 추가로 공개됐다.

A군 변호인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옥상 바로 아래에 실외기가 있어 피해자가 그 위에 잠시 섰었다"며 "피고인이 '잘못했다. 죽으면 안된다'고 외쳤지만 피해자가 한번 뒤돌아 보더니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이 변호인은 "사건발생 당시 피해자가 떨어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 한쪽 손을 잡았다"며 "피해자의 다른 손은 B양이 잡았다"고 주장했다.

B양 변호인도 "피해자가 (옥상) 난간을 넘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달려가 떨어지지 않도록 손목 부분을 잡았다"며 "이런 정황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지난달 중순 기소된 이들 중 A군은 1차례, B양은 9차례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했으나 나머지 피고인 2명은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A군 등 4명은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5시 2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C(14)군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C군을 집단폭행할 당시 그의 입과 온몸에 가래침을 뱉고 바지를 벗게 하는 등 심한 수치심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C군은 1시간 20분가량 폭행을 당하다가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