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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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소확행’ 라이프스타일 샐러드 등 건강식 소비 불러와”

서울대 문정훈 교수 연구
“샐러드 판매 현장을 조사해보니 특이하게 손님이 점심시간 끝 무렵인 12시50분에 몰린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을 한다든지 게임을 한다든지, 자기 시간으로 보낸 직장인들이 회사로 들어가면서 샐러드를 먹는 겁니다. 점심시간만큼은 내 시간으로 쓰고 싶은 직장인들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샐러드 소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정훈(사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과학을 가르치다 자신의 연구 대부분이 먹거리와 관련된 것임을 깨닫고 다시 학교를 옮겨 먹거리 생산 기반인 토양에서부터 소화 및 배설에 이르는 먹거리 체인 전 과정을 연구하는 학자다. 문 교수가 샐러드 소비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수년 전 간편식으로 인기를 끌었던 셰이크 가루형 대용식 판매의 급격한 감소였다. 점심시간을 쪼개 쓰는 직장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던 분말 형태의 대용식 시장이 갑자기 쪼그라들어 그 소비자가 어디로 갔는지 추적한 결과 샐러드 시장으로의 이동이 감지됐다.

문 교수는“대용식이 영양학적으로는 간편하면서 완벽한 한 끼였다. 굉장히 바쁘지만 영양을 챙기면서 열량도 제한하겠다는 사람들이 가루형 대용식을 먹었는데, 씹는 게 없는 맛에 질리면서 건강에 의문이 생기는 편의점 도시락 대신 샐러드 시장으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샐러드 소비가 늘어나는 건 바람직하다. 여러 나물 반찬이 오르던 우리나라 밥상차림이 ‘밥+단백질 중심의 주요리+김치’로 변하면서 국민 채소 섭취량이 줄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집 밖에서 밥 먹기 일쑤인 직장인들도 스스로 문제점을 느끼면서 편의점 매대에서 샐러드를 집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샐러드 구매가 ‘건강한 식생활’이란 만족감은 줄 수 있어도 그 자체만으로 건강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채소 섭취를 늘리기 위해 샐러드를 먹는다지만 그 위에 고기류를 듬뿍 올리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문 교수는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먹는다지만 사실 샐러드통에 ‘풀때기’만 담겨 있으면 좋아하지 않는다. 그 위에 단백질을 올려놓으면서 ‘단백질 소비죄의 사함’을 받고자한다. 닭가슴살을 먹으면서 ‘나는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는 이미지를 함께 소비하는 것”이라며 “포만감과 맛을 함께 주는 적당량의 샐러드를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