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법원장이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
검찰에 따르면 이날 조사는 오전 9시20분 시작돼 점심식사를 마친 후 곧 마무리됐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이 본인 진술을 담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한 뒤 오후 늦게 귀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서에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여기는 문구 등이 발견될 때마다 수사팀 관계자에게 적극적으로 수정 의견을 냈다고 한다.
검찰은 7개월간 확보한 각종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조만간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을 한꺼번에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관은 “사실이라면 법원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을 이날 별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이 판사 시절 재임용 탈락에 불복해 2015년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자 임 전 차장이 개별 재판부에 ‘패소’ 판결을 요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피고’인 법원행정처가 당사자 신분으로 재판부를 접촉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임 전 차장은 같은 해 A국회의원한테서 “지인 아들이 재판받고 있는 형사 사건 죄명을 바꾸고 벌금형을 받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개별 재판부에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에 국회 차원 지원을 얻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0월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추가기소된 혐의는 윗선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40여개에 달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