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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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조사 완료…檢, 추가 압박 카드 '만지작'

3차 소환으로 마무리… 주내 영장청구 검토 / 檢, 임종헌 前 차장 추가기소 / 梁에 또 다른 압박카드 꺼내 /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구속영장 함께 청구할 가능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이 세 번째 검찰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더는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각종 지시를 이행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 기소하는 등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 카드’가 더 남아있음을 내비쳤다.

헌정 사상 첫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법원장이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양 전 대법원장을 3차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전날 못다 한 국고 손실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들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화해 거둬들인 뒤 고위 법관들에게 ‘금일봉’ 형태로 나눠줬다는 일명 ‘비자금’ 의혹에서 비롯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조사는 오전 9시20분 시작돼 점심식사를 마친 후 곧 마무리됐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이 본인 진술을 담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한 뒤 오후 늦게 귀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서에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여기는 문구 등이 발견될 때마다 수사팀 관계자에게 적극적으로 수정 의견을 냈다고 한다.

검찰은 7개월간 확보한 각종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조만간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을 한꺼번에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관은 “사실이라면 법원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고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의 혐의를 한꺼번에 받고 있는 이 사건의 ‘최정점’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미 두 전직 대법관과 임 전 차장 조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처리 방향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앞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을 이날 별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이 판사 시절 재임용 탈락에 불복해 2015년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자 임 전 차장이 개별 재판부에 ‘패소’ 판결을 요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피고’인 법원행정처가 당사자 신분으로 재판부를 접촉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임 전 차장은 같은 해 A국회의원한테서 “지인 아들이 재판받고 있는 형사 사건 죄명을 바꾸고 벌금형을 받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개별 재판부에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에 국회 차원 지원을 얻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0월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추가기소된 혐의는 윗선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40여개에 달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