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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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세계 지도자들의 ‘마이웨이 정치’

트럼프·마크롱·아베의 ‘일방통행’ /‘민심은 천심’이란 말 아랑곳 안해 / 소통 노력보단 힘으로 밀어붙여 / 국민 생각하는 ‘위민정치’ 실천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세 지도자는 새해 벽두부터 ‘마이웨이 정치’로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야당과 국민의 반대에도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지속하며 국제정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스트롱맨’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언행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악재가 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확보에 혈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서민경제 대책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 시위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전쟁 가능국’ 변신을 위한 개헌을 추진중이다. 민심을 거스른 채 ‘힘의 정치’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이들의 국정 지지율은 민심의 역풍을 맞아 하향 추세다.
남상훈 국제부장

이들의 ‘마이웨이 통치’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등을 결정했다. 23년 만에 기존 최장기 기록(21일)을 갈아치운 셧다운으로 미국의 경제적 손실은 이미 36억달러(약 3조7500억원)에 달한다. 셧다운이 1주일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12억달러를 없애는 것이다. “충동적인 대통령은 조언자가 필요하지 않고 있다고 점점 믿고 있다”는 언론의 우려감이 미국 조야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최근 행보는 2년 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재선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도 노란 조끼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일반 상점, 호텔, 음식점 등 소비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 소매점의 매출이 20∼40% 급감했고 음식점 수익이 20∼50%가량 줄었다. 프랑스 정부는 노란 조끼 시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심각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초계기를 향한 한국 군함의 레이더 조사(照射) 여부, 한국 측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 자산 압류 신청 등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지율이 40% 전후까지 하락하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은 아베 총리가 보수층 결집을 위해 앞장서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개헌과 레임덕 방지 등을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하지만 아베의 ‘꼼수 정치’는 일본이 역사 망각증(忘却症)에 빠졌다는 세계적 비난을 자초하는 자충수에 불과할 뿐이다.

이들은 ‘민심은 천심’이란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 정치’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야당과의 소통에 노력하기보단 힘으로 밀어붙이는 ‘강압 정치’를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국가비상상태 선포 카드를 꺼내들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국민의 10명 중 7명은 이를 반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해 강력한 대응과 불법시위자 처벌을 예고해 시위대를 자극했다. 물론 일부 과격시위대의 불법행위는 법으로 심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시위대 전체를 매도하는 정부의 태도는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국제법에 기반해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명시된 외교적 협의나 중재위원회 회부를 감안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국민에게 부각시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된 카드다.

이들의 민심 역행은 세계적 지도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중국 고전인 관자(管子)는 “정치의 흥함은 민심에 순응하는 데에 있고 정치의 쇠락은 민심을 역행하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세 지도자에겐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위민정치(爲民政治)’가 부족한 것이다. ‘여민동락(與民同樂)’ 가치를 중시한 맹자는 “힘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는 것은 마음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부친 것일 뿐”이라며 “덕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는 것이 속마음이 즐거워 진실로 복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지도자라면 위민정치를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상훈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