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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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문제 제기에 귀 막은 文정부의 불통 행보

탈원전 논란이 급기야 청와대와 여당 중진 의원 간의 공방으로 옮겨 붙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정례브리핑에서 “‘탈원전과 미세먼지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팩트 체크 기사가 이미 나온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 송영길 의원의 탈원전 재검토 발언에 대한 재반박이다. 앞서 송 의원은 지난 11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신년인사회에서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며 “정부가 백지화한 신한울 원전 3, 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송 의원의 첫 발언이 나오자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서 정리가 됐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치 않다고 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공론화위는 신고리 5, 6호기 문제에 한정·집중된 위원회이지 신한울 3, 4호기 문제가 공식 의제로 집중 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민주당 기후변화대응·에너지전환산업육성특별위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이 “송 의원의 신한울 원전 발언은 시대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해 탈원전 정책이 여권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송 의원의 입을 막기 위해 ‘팩트 체크’라는 단어까지 동원했지만 정작 팩트를 점검할 쪽은 청와대다. 미세먼지의 경우 탈원전 이후 유연탄 화력발전소 가동이 늘면서 대기질에 악영향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전문제가 2017년 설치된 공론화위에서 일단락됐다는 설명도 수긍하기 어렵다. 당시 공론화위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묻는 기구였다. 거기에 원전 축소 여부를 묻는 항목을 슬쩍 끼워넣은 것이 무슨 여론 수렴인가.

정부는 향후 10년 안에 전체 원전 중 절반가량의 가동을 멈춘다는 계획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처럼 일방적·급진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예가 없다. 탈원전에 따른 폐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는 불모지로 변했고 원전 수출도 거의 중단됐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탈원전 과속에 반대한다. 지난해 원자력학회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가 원전에 찬성하고,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동참한 네티즌이 3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민심의 소리에 귀를 막는다면 소통 정부가 아니라 ‘불통 정부’다. 국익은 물론 국민 건강권까지 위협하는 탈원전은 재고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