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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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서민 90여명 “돈 떼일라” 발만 동동

동군산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무산 위기/시유지 매입 조촌동 건설 추진/시공사 중도 포기로 2년째 답보/부지 낙찰社, 매매 대금도 못 내/市 “267억 미납… 계약 해제할 것”/조합원들 “市 감독 소홀로 피해”
전북 군산에서 부인과 함께 공구상을 운영하며 가게에 달린 단칸방에서 사는 A씨(53)씨는 알뜰살뜰 모은 돈 2600만원을 ‘동군산지역주택조합’에 출자했다. 전셋집에서 생활하는 여동생도 오빠와 함께 조합에 가입해 2800만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조합원으로 참여한 지 올해로 4년째, 조합이 공식 설립인가 된 지 2년이 다 되도록 착공은커녕 시공사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 자체가 물거품 위기에 놓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군산의 한 부동산개발업체와 지역주택조합이 추진 중인 아파트 건설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무주택 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6일 동군산지역주택조합원들에 따르면 2017년 6월 설립 인가된 주택조합이 군산시 소유의 조촌동 제2정수장 부지(3만6871㎡)에 아파트를 건설하려 했지만, 시공사가 중도 포기하는 바람에 사업이 2년째 중단된 상태다.

제2정수장은 1959년 설치된 이후 49년이 지난 2008년 용도 폐기된 곳으로, 부동산업체인 S사가 2015년 7월 공매에 단독 응찰해 예정가보다 10만원 높은 190억10만원에 낙찰받았다. S사는 이 부지에 조합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동군산지역주택조합 업무 대행사로 나서 이 지역에 연고를 둔 중견 주택건설업체인 S건설과 아파트 시공 협약(MOU)을 체결했다. 조합추진위도 조합원 265명을 모집해 2017년 6월 군산시로부터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당시 S사와 S건설, 조합추진위는 계획 중인 아파트 홍보 전단을 통해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낮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시유지를 매입해 96.4% 토지를 확보한 상태”라고 홍보했다.

동군산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군산시에 조합 아파트 무산 위기 관련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 비대위 제공
하지만 S건설은 조합이 설립된 지 5개월여 뒤 지역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돌연 시공을 포기했다. 이에 S사는 조합아파트를 임대아파트로 분리해 추진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 등을 노린 100만원 미만 소액 출자자들은 잇달아 탈퇴했으나, 1인당 3000만∼4000만원을 내고 내 집 마련의 꿈을 꿔온 조합원 90여명은 진퇴양난에 처했다.

문제는 S사가 아직 시유지 매매 대금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계약해제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계약이 해제되면 조합 아파트 건설 부지가 다시 군산시에 귀속돼 조합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동안 조합원들은 분담금과 조합 업무 추진비 등 명목으로 총 30억원가량의 출자금은 냈으나 이미 전액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시는 매매 잔금(180억5000만원)과 그동안의 연체료(약 87억원)를 이날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을 무효화 하겠다는 계약해제 예정 통지문을 발송한 데 이어 이를 재차 통보한 뒤 이달 말까지 별다른 조처가 없으면 계약을 완전히 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군산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군산시가 설립한 지 1개월밖에 안 된 부동산업체에 공유지를 단독 매각하고 매매 대금을 장기간 미납했는데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급조된 이 업체가 조합추진위 업무를 대행한 사실을 알면서도 지역주택조합 설립을 인가해 이 같은 피해를 냈다”고 주장했다.

군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