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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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비핵화로 가는 이행은 단계적으로…목표는 포괄적 합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이행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가 제2차 북·미 협상의 1차적 목표로 설정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강 장관은 신년 첫 정기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중간 단계로서 미국이 ICBM 폐기나 핵물질 생산 중단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강 장관이 구체적으로 ICBM 폐기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관련 질문에 단계적 이행을 다시 한 번 강조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폐기하면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강 장관은 다만 “(우리의 목표는) 분명히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라고 못박았다.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 목표를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 “(한·미 간에) 다양한 논의가 있다”며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상설 북·미 대화채널 개설 등을 언급했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는 상응조치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정부가)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10일 강 장관이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볼 때 검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내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다보스에서 강 장관과 관련 내용을 공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도 논의의 진척을 기대한다”고 말해 이 자리는 잠정 중단된 방위비 협상이 장관급으로 격상돼 논의되는 첫 공식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올해 외교당국의 과제 중 하나인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 대응 방향과 관련해서는 상반기 국제사회에서 진행 중인 전시 성폭력 담화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 기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 지원도 거론된다.

강 장관은 우리정부의 중재외교 능력과 관련, “중재 역할이라는 게 꼭 눈에 보인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강조하는 포괄적 합의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이행을 조합한 북핵 해결 방식을 주장하는 것도 중재외교 시도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