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전시회를 통해서 IT·가전 분야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는 TV, 80년대는 개인용컴퓨터(PC), 90년대는 디지털로의 전환을 들 수 있다. 가장 큰 데이터는 화상에서 나온다. 이로 인해 80, 90년대는 값싼 데이터를 저장하는 콤팩트 디스크(CD)와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같은 저장매체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90년대 들어 가장 큰 전환점은 개인용 전화기의 출현으로, 무선 네크워크가 저렴화되면서 개인이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개인용 전화기에 카메라가 장착되기 시작했다. TV 역시 고화질(HD) TV로 진화하고 비디오 게임을 지원하기 위한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광범위 하게 채택됐다.
박영준 전 서울대 교수 더포스 컨설팅 자문위원 |
지난 30년 이상을 ‘미래의 기술’로만 치부했던 AI 기술이 이제 보편적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 인간의 뇌와 같이 자율성을 가진 초인공지능(ASI)의 도래를 점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기반엔 역시 반도체와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가 가전 전시회에서 독립적으로 자리를 차지하지 않지만 메모리, 데이터 처리칩, AI 처리칩 등이 가전 기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IT 업계의 대표적인 여성 CEO인 리사 수 AMD CEO가 올해 CES에서 대표 연설로 ‘반도체 칩이 게임, 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VR) 등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소개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그러면 과연 가전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 해답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것에 ‘디지털 전자화’를 적용시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디지털 전자화는 TV산업, 게임산업을 넘어 인간의 모든 생활에 침투할 것이다. 또 자동차, 로봇, 의료 서비스, 의식주 관련 모든 것이 가전이므로 비교적 시장 진입이 늦은 인간 친화 로봇이 고령화 트랜드를 지원하는 중요 가전 용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 헬스 역시 가전 분야로 들어오고 식품 공급 서비스 체계도 마찬가지로 냉장고는 단순한 식품 냉장소가 아닌 식품의 신선도와 사용자의 기호를 반영한 식품 주문 단말기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미래의 가전은 기술이라기보다는 철학’이라고 영국의 BBC방송은 말한다. 이는 가전이 개인의 정보와 지능을 오픈하는 데 있어서 어떤 철학을 취하는가가 가전 발전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말이다. 이를 미뤄 볼 때 향후 개인의 자유, 프라이버시, 사회적인 합의는 ‘가전 강국’인 한국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박영준 전 서울대 교수 더포스 컨설팅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