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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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이민자의 거주지 분화와 사회통합

외국 출신 이민자의 거주지 분포는 직장, 학교 등 생활근거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은 ‘고등교육을 받고 초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부유한 전문가 집단’과 ‘상대적으로 저학력자로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저숙련 외국인노동자 집단’으로 양극화돼 있다. 이민자는 중간층이 거의 없고, 최상층과 최하층만 있다. 즉, 이민자는 부유한 소수와 가난한 다수로 나뉜다.

도시 쪽에서 보면, 이는 풍요한 지역과 빈곤한 지역으로 분화가 발생함을 뜻한다. 도시 내부에서 정보 부문의 성장과 공업 부문의 쇠퇴가 발생하고, 고급 노동력이 필요한 부문과 단순 노동력을 수요로 하는 부문으로 직종의 양극화가 이루어져, 결국에는 시민의 주거지역도 빈부에 따라 분화된다. 서울의 경우, 저숙련 외국인노동자는 구로 디지털단지·성수공단 주변 등 공장이 많아 일자리를 얻기 쉽고 출퇴근이 편리한 공장지대, 또는 주거비가 저렴한 노후화된 주택지구 등에 주로 거처를 마련한다. 그러나 소수의 부유한 전문가 집단은 업무중심지 또는 외국인학교 인근의 고급 아파트와 단독주택에서 생활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이민자의 직업은 출신국·민족과 관련이 있다. 선진국 출신은 전문가 비율이 높고, 저개발국 출신은 저숙련 노동자 비율이 높다. 이민자끼리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점을 고려해, 그들은 대체로 출신국별로 모여 산다. 서울의 몇몇 지역에는 외국인마을이 만들어졌다. 선진국 출신 이민자를 대표하는 미국인·일본인 등은 주로 쾌적한 주거환경이 제공되는 교통 요지에 거주하고,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 ‘중국 조선족 동포’ ‘저개발국 출신 결혼이민자’ 등은 주거비용이 저렴한 변두리 지역에 모여 산다.

그러나 결혼이민자는 대체로 그들의 배우자가 원래 살던 지역에 거주하므로, 다른 이민자와는 달리 밀집 거주지역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같은 출신국 사람과 활발히 교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민자의 ‘거주지 분화’가 심해지면 ‘거주지 격리’로 이어진다. ‘거주지 격리’란 어떤 지역에 특정 출신국·민족 이민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현지 정보가 부족한 신규 이민자의 상황에서 유래한 것이다. 저숙련 외국인노동자나 저소득층 이민자가 자기 또는 가족의 소득수준을 고려해 저렴한 주거지를 찾는 것도 그 원인이 된다. 이민자라는 이유로 높은 주택임대료를 요구하거나, 주택임차를 거부하는 등 주택임대인의 차별로 인해 ‘거주지 격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민자가 흩어져 살면 불편한 ‘제도적 관행’ 또한 거주지 격리를 조장할 수 있다.

이민자 밀집 거주지역 중 어떤 것은 장기간 지속하지만, 또 다른 어떤 것은 일시적으로 존속하다 사라진다. 그것은 형성되고 변모되며, 때로는 사라진다. 밀집 거주지역은 주류사회의 문화를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특히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는 사회의 위험 요인으로 간주된다. 서유럽에서 발생하는 문화 갈등의 씨앗이 한국사회에도 뿌려져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한국사회의 인종적·종족적 다양성을 문화적 다양성으로 승화시키고, 그것을 조화롭게 만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사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이민자 사회통합’을 설정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