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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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文정권서 망가지는 부분에 野, 제대로 역할할 때"

한국당 연찬회… 대여투쟁 고삐 ‘바짝’ / “각종 사찰의혹 등 시시비비 밝히는데 / 정부·여당선 협조하는게 하나도 없어 / 재계 총수와 텀블러 산책 쇼는 위선적 / 文정부, 민주주의·시장경제 다 허물어 / 헌법적 가치 못지켜내면 미래는 없어” / 전문가 “정책 핵심, 자영업자·中企둬야” / 황교안 정계진출엔 반대여론 더 많아 / 범보수·야권선 지지 응답이 반대 압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16일 국회의원 연찬회를 갖고 대여 투쟁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당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원내 사령탑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을 넘어섰더니 친황(친황교안)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당 통합을 강조했지만, 계파 간 신경전은 이날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6일 오후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팅”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관계자들이 16일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과천=허정호 선임기자
나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착한 척하며 위선적인 정권의 곳곳에서 망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월 임시국회에서 가열찬 투쟁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재계 총수들과 ‘텀블러 산책’을 한 것에 대해 “어제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 속에 텀블러 들고 쇼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위선적인가 생각했다”고 비꼬았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성토도 잇따랐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중심이 돼야 할 정부가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허물고 있다. 용납할 수 없다”며 “그냥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집단, 정당과 단일 대오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참석자들이 김병준 비대위원장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 ‘한·일 갈등과 강대국 관계 속의 한국외교의 좌표’ 등을 주제로 교수 등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숙명여대 신세돈 경제학 교수는 첫 강연에서 노무현정부부터 현 정부까지의 경제지표를 분석하며 “앞으로 한국당의 정책 포커스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둬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강연이 끝난 뒤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상훈 의원은 “이 정부가 경제정책을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라며 “청와대에서 실질적으로 경제정책 조타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현장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신 교수는 “대통령이 스태프(청와대 실무진)에만 의지하지 말고 저녁에 가면을 쓰고 효자동을 나와서 경기가 얼마나 나쁜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객석에 앉은 상당수 의원이 웃으며 공감하는 듯한 손뼉을 쳤다.

바른미래당 김관영(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1월 임시국회 소집과 선거제 개혁 합의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 원내대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새로운 계파의 출현이 아니라 의원 각자가 존중되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날 대표적 비박계인 김무성 의원과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성태·이은재·김영우 의원 등은 연찬회에 대거 불참했다. 전날 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당초 참석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전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황 전 총리는 대신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진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 도전에도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대 출마 가능성을 부인해 왔던 김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찬회에서 전대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대에 대해 여러 계획이 있었지만, 당초 계획보다 판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미묘하게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과천=장혜진·이창훈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