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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정상회담 가늠자?…김영철·폼페이오 회담 의미는 [뉴스+]

北·美 ‘구체적 비핵화안’ 진전 기대… 2차 정상회담 가늠자 / 1차 정상회담선 비핵화 큰 틀 합의 / 구체적 방안 놓고 교착국면 머물러 / 양측 ‘과감한 결단’ 내렸을지 주목 / 핵심 일정 워싱턴서 통전부가 담당 / 비핵화 관련은 외무성이 분담한 듯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현지시간) 고위급회담 차 미국 워싱턴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논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에도 김 부위원장은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른바 ‘뉴욕담판’에 나선 전례가 있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도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세부사항이 논의될 전망이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행은 북측 인사가 미국의 행정 수도를 ‘직행’으로 방문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앞서 2000년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도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한 바 있다. 워싱턴 직행은 미국 행정부의 결심이 필요한 데다,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의 확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성사되기 어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위급회담의 동행 인사는 앞서 회담에서 대미 관계를 조율해 온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외무성을 중심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5월30일∼6월2일 이뤄진 김 부위원장의 뉴욕·워싱턴 방문 당시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이 동행했다. 김 실장은 통전부의 실세로,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도 긴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최 직무대행도 외무성 대미 관계 실무자로 김 부위원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앞선 뉴욕담판에서도 배석해 눈길을 끌었고, 1차 정상회담 합의문을 막판 조율할 때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배석자로 참석했다.

반면 최 부상이 방미에 동행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스웨덴 국제회의’를 자신의 행선지로 언급했다. 이에 따라 북·미 간 핵심일정은 워싱턴에서 통전부가,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 관련 논의는 스웨덴에서 외무성이 각각 책임을 지는 ‘역할분담’이 이뤄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북·미 양측이 얼마나 과감한 결단을 내렸는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1차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에서의 합의를 끌어냈지만, 구체적 이행방안에서 이견을 보이며 양측이 교착국면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1월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미국 측에 “공정한 제안을 제시하라”고 말한 것은 미국 측에 ‘비핵화 상응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북한의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영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에 굉장히 구체적인 합의가 나와야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인데, 이번에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단계별로 맞교환하는 내용까지 논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도 “북한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하며 “지난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단행했지만 이후 미국의 상응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상응 조치인 종전선언과 제재완화가 어느 정도까지 진척을 이룰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정선형·권이선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