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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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독일도 추락… 세계경제 'R의 그림자' [뉴스 투데이]

글로벌경제 불확실성 확대/中, 무역전쟁 장기화에 큰 타격/‘올 6% 성장 쉽지 않다’ 전망도/ 獨 작년 1.5% … 5년래 최저치/ 세계銀도 올 2.9%로 전망 낮춰/ 정부 2.8% 한은 2.7% 전망 불구/ 국제기구·기관 ‘희망사항’ 간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등의 우려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의 성장률이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부진에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수출 둔화로 신음하는 한국도 올 성장률을 낮춰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가 삐걱거리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전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달하는 최대 시장이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넷판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수출 1번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초 목표치인 7.5%에 훨씬 못 미치는 6.5%에 머물렀다.

중국의 수출 지표도 좋지 않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해 2년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 역시 7.6% 줄어 2016년 7월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 소득공제 확대 등으로 소비 진작에 나섰지만 올해 중국 경제가 6% 성장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4일 올해 중국의 경제 둔화에 대응해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공식석상에서 경기 부양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중국 허베이(河北)성에서는 경기 하강을 막고 내수 진작을 위해 주말을 2.5일로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6% 안팎으로 28년 만에 최저치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 내부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6.5%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의 맹주인 독일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1.5%를 기록해 최근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년도 2.2%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를 기록, 분기별로 2015년 1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산업생산도 10월보다 1.9% 급감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은행이 지난 8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월 전망한 3.0%에서 0.1%포인트 낮춘 2.9%로 제시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경제는 올해 성장률 하향 압력이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를 주도한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 말부터 꺾인 것으로 나타난 데다 내수와 투자 모두 부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는 24일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2.8%, 한국은행은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그러나 국제 기구나 주요 연구기관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희망사항’으로 간주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애초에 우리 경제가 올해 2.5% 성장할 것으로 봤다”면서 “중국 경제 둔화 우려에 미국 경기도 낙관할 수 없는 현재로선 2.5%에서 더 낮춰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