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폼페이오·김영철 워싱턴 회동, 이번엔 비핵화 성과 내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17일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지난해 5월 말 뉴욕 고위급회담 이후 7개월 만이다. 북한 관리가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을 경유하지 않고 워싱턴을 직접 방문하는 건 이례적이다. 김 부위원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이 이뤄지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북·미 고위급회담에서는 이르면 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 의제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새해 들어 ‘친서 외교’ 등을 통해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실행계획 확정 절차만 남은 상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3일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세부 사항을 도출하고 있다”고 했다.

최대 관심사는 북·미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행동과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것인지다. 백악관은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달성이라는 우리의 목표에 대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대북제재 일부 해제라는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는 건 우려스럽다. 미국 정부는 눈앞의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에서 후퇴해선 안 된다.

우리 정부가 이를 용인하는 듯한 언급이 나오는 건 문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제 신년 내신 브리핑에서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과거 신고에서 시작하던 비핵화와는 달리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것이 우리의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지만 이행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폐기하면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를 거드는 듯한 모양새여서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