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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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보수당 118명이 반대표… 英 조기총선 가나

英 하원, 17일 표결처리 관심 집중/역대 최고 230표차… 찬성 202표 그쳐/정부 불신임 땐 조기총선 가능성 커/
메이 총리 “사퇴 않고 계속 남을것/21일까지 ‘브렉시트 플랜 B’ 제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의정 사상 최초로 200표가 넘는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면서 영국 정부 불신임안 통과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 불신임안 표결은 16일(현지시간)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신임받지 못하면 조기총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영국 하원의원 634명은 15일 의사당에서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이 230표차로 부결됐다. 1924년 10월 노동당의 램지 맥도널드 총리가 기록한 부결표차(166표)를 훨씬 뛰어넘었다.

찬성 202표는 보수당 196표, 노동당 3표, 무소속 3표 등이었다. 반대 432표는 노동당 248표, 보수당 118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35표, 자유민주당 11표,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10표, 웨일스민족당 4표, 녹색당 1석, 무소속 5표 등으로 집계됐다. 집권 보수당 의원 중 118표가 테리사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반면 제1야당 노동당 의원 중 합의안을 지지한 이는 3명에 그쳤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과 EU 양측 의회에서 모두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특히 영국은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당초 승인투표는 지난달 11일로 예정됐지만 부결 가능성을 우려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를 연기했다. 이후 메이 총리는 정치권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합의안 부결을 막아내지 못했다.

승인투표 부결 발표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 보리스 존슨 전 외무부장관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큰 패배”였다고 말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불신임 표결은 16일 오후 7시쯤 진행될 예정이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은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메이 총리는 투표 이후 성명서를 통해 “하원의 발언에 정부는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사퇴하지 않고 계속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회가 정부에 대한 신임을 확인한다면 보수당 내 동료 의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은 물론 의회 내 각 당 지도부와 함께 합의안 통과에 필요한 것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브렉시트 ‘플랜 B’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인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 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유일하게 남은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며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