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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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나선 메이 “재신임 확인땐 각 당과 새 협상안 논의”

英 하원 정부불신임안 17일 표결 처리/가결돼도 조기총선 가능성 적어/집권 보수당·연정 세력, 메이 지지/각 세웠던 보리스 前 장관도 참여/정권 안 내놓으려는 의지 명확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의정 사상 최초로 200표가 넘는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면서 영국 정국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당장 야당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 표결이 16일(현지시간) 이뤄질 예정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재신임을 얻지 못하면 조기총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15일 영국 하원의원 634명이 참여한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 찬반 투표는 230표차로 부결됐다. 이는 종전 기록인 1924년 10월 노동당의 램지 맥도널드 총리 재임 기간 기록한 부결표차(166표)보다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찬성 202표는 보수당 196표, 노동당 3표, 무소속 3표로 집계됐다. 반대 432표는 노동당 248표, 보수당 118표, 스코틀랜드국민당 35표, 자유민주당 11표,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10표, 웨일스민족당 4표, 녹색당 1석, 무소속 5표 등이었다.

집권 보수당에서도 브렉시트에 반대하거나 합의안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메이 총리도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과 EU 양측 의회에서 모두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특히 영국은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당초 승인투표는 지난달 11일로 예정됐지만 부결 가능성을 우려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를 연기했다. 이후 메이 총리는 정치권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합의안 부결을 막아내지 못했다.

부결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총선이 열린다.

그러나 조기총선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야당의 불신임안 제출 직후 집권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와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DUP, 메이 총리와 각을 세운 브렉시트 강경파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한목소리로 메이 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혀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달 보수당 내에서 재신임 여부를 물어 찬성 200표, 반대 117표로 승리한 바 있다.

메이 총리는 부결 후 성명에서 “하원의 발언에 정부는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사퇴하지 않고 계속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의회에서 재신임이 확인된다면 의회 내 각 당 지도부와 함께 의회가 수용할 수 있을 만한 브렉시트 협상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의회에서 가결된 ‘의회 의사일정안’ 개정안을 존중해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이른바 ‘플랜B(대안)’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