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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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복지 이루려면 취약계층 관리 병행해야” [이슈&현장]

저소득층일수록 오염원 노출 무방비 / 미세먼지 농도 저감조치만으로 한계 / 전문가 “정책에 지역특수성 반영 필요”
환경오염은 취약 계층에 더 크게 타격을 준다. 저소득층일수록 오염원 근처에 살 확률이 높고, 예방조치를 할 여유도 없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환경 복지’를 이루려면 미세먼지 농도 저감과 함께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취약 계층일수록 미세먼지 피해를 크게 입는 데다, 화학적으로 해로운 미세먼지가 많은 지역에 살 확률이 높다”며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 건강 피해도 더 크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2010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서울대학교·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반지하 가구의 실내 미세먼지(PM10), 포름알데하이드·박테리아 평균 농도는 지상층 집보다 각각 41, 70, 89나 높았다. 또 미세먼지·오존 농도가 각각 10㎍/㎥와 10ppb씩 증가하면 15세 미만 저소득층 어린이의 천식 입원 위험도가 대조군보다 2.25~2.5배 커졌다.

수도권 지역에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자료사진
이 교수는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에 따라 건강 영향이 달라진다”며 “최근 비교해보니 울산, 인천, 부산 같은 도시의 미세먼지가 화학적으로 더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 유해 산업시설이 있거나 자동차 통행이 잦으면 더 나쁜 성분의 미세먼지일 가능성이 있다”며 “취약 계층은 거주지 선택의 폭이 좁아 이런 환경에 노출될 확률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환경 복지’에 주목한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환경 복지’라는 용어가 등장한 결정적 시기는 2005년 유엔이 생태체계서비스 개념을 도입하면서부터”라며 “이후 환경 복지라는 말 대신 생태복지, 녹색복지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태 교수는 “지금까지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전반적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정책이 이뤄졌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질적 관리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세먼지 농도뿐 아니라 화학적 구성을 개선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며 “이것이 결국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나치게 미세먼지에 초점을 맞춘 데서 벗어나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등 다른 지표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