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이 사람이 다니는 인도 끝에 위태위태 서있다. 사람들은 하염없이 지나가고 차들도 쌩쌩 달린다. 가끔은 지나는 차가 덮치기도 한다. 사람들 눈에 확 띄는 금적색으로 유혹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들은 없다.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서운하지만 현실이다. |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담당한 우체통이 열 군데 정도였어요. 지금은 세 군데밖에 안 되지만 그나마도 우체통에서 나오는 게 별로 없어요. 관리구역인 국립민속박물관 내에 설치된 우체통엔 외국인들이 보내는 엽서가 꽤 있기도 해요. 광화문 거리에 설치된 우체통에선 지갑, 신분증 등이 자주 나와요. 유인물이 나올 때도 있어요. 손으로 쓴 편지도 가끔 보긴 하는데…. 대학가 주변 우체통엔 손편지들이 꽤 있어요.” 30년 경력의 이성대(55) 집배원이 얘기한다.
30년 경력의 이상대 집배원이 국립민속박물관에 설치돼 있는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수거하고 있다. |
광화문 거리의 우체통에서 나온 지갑과 주민증. 주소를 보니 경기도 어디쯤이다. "지갑 안에 든 돈의 액수, 신분증 등을 확인해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고 있다. 이런 게 많이 나온다. 우리 일들 가운데 하나다." 이상대 집배원의 말이다. |
국립민속박물관 내에 설치된 우체통. 박물관을 찾은 외국인이 누군가에게 보내는 엽서가 한 통 들어 있다. |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은 외국인이 누군가에게 보내는 엽서. |
이상대 집배원이 광화문 거리에 설치돼 있는 우체통에서 많지 않은 우편물을 수거하고 있다. |
세종문화회관 뒷거리에 설치된 우체통에선 우편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날도 자주 있다고 한다. |
우체통마다 고유의 바코드가 있다. 우편물을 수거한 뒤 휴대용 정보단말기로 우체통에 부착된 바코드를 스캔하면 작업 완료를 확인할 수 있다. |
이상대 집배원이 휴대용 정보 단말기를 확인하고 있다. 우체통 수집 결과가 바코드 스캔으로 자동 저장된다. |
이상대 집배원이 광화문우체국 복도 구석에 세워놓은 우체통들을 살펴보고 있다. 만약을 위해 여분으로 남아 있는 우체통들이다. |
강남역 부근에서 5개의 우체통을 관리하는 김정호 집배원이 우체통을 물티슈로 정성스레 닦는다. “이 우체통은 먼지가 자주 쌓입니다. 우편물을 보내려고 우체통 앞에 섰는데 더럽고 먼지 쌓여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겠죠.”
김정호 집배원이 공중전화부스 옆에 설치된 우체통을 물티슈로 닦고 있다. 이곳의 우체통은 먼지가 많이 쌓여 가끔 닦아준다고 한다. 먼지로 뿌옇던 우체통이 반짝반짝 윤이 났다. 물티슈가 아예 우체통 안에 들어 있다. |
김정호 집배원이 우체통에서 꺼낸 우편물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가 분실한 지갑이 들어있다. |
김정호 집배원이 공중전화 박스 옆에 설치돼 있는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확인하고 있다. 단 2건의 우편물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
사설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수거하는 모습. 우편물이 많은 기업 등에서 우체국에 의뢰해 따로 설치한 우편함이다. |
우표 대신 사용하는 선납라벨. 자주 우편물을 부쳐야 하는 곳에선 우표 대신 선납 라벨을 대량으로 구입해 사용한다. |
글·사진=허정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