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때리기… '차이나 포비아'냐 '안보 위기감'이냐 [세계는 지금]

#1 “화웨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사이버전 부대로 여겨지는 곳에 특별한 통신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기업은 화웨이(華爲)와 ZTE(中興通訊)와 거래해서는 안 된다. 미 안보를 위협한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10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화웨이 안보위협론’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앞서 미 국방부는 2011년 9월 ‘2010 중국 군사·안보 개발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해 2월엔 화웨이가 미국 업체인 스리립(3Leaf) 시스템의 지분 매입을 시도하자 미 정부가 제동을 걸어 무산시켰다.

#2 “중국 정부의 비밀정보 요청에 분명하게 ‘노’(NO)라고 말할 것이다.” 2019년 1월 15일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2015년 이후 처음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과 서방 국가의 ‘화웨이 스파이’ 의혹 불식에 적극 나섰다. 런 회장은 이어 17일, 18일 중국 매체와 중국중앙방송(CCTV)과 인터뷰를 하고 “우리는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 남의 기술을 훔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한다”면서도 “세계를 해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화웨이 때리기’가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자국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사용 금지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에서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체포에 이어 폴란드에서의 ‘스파이 논란’이 화웨이 안보 우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는 의혹 불끄기에 나섰지만, 동유럽 지역과 독일도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배제를 검토하는 등 화웨이 ‘고립화’ 시도가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 정부가 멍 부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방침을 재확인함에 따라 화웨이를 고리로 한 미·중 갈등도 표면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 화웨이 견제 2011년 표면화… 2016년 백도어 사건으로 심화

미국은 오랫동안 화웨이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화웨이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기간통신망과 사이버 공격의 대응능력을 약화한다는 것이다. 2011년 미 국방부 보고서와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는 모두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정보통신기업(ICT)을 겨냥해 “미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도청이나 해킹 등을 통한 스파이 활동과 통신 교란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당시에도 미국은 화웨이의 스리립 인수에 제동을 거는 등 화웨이의 미국 진출을 견제해 왔다. 이는 미 정부의 자국산업 보호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미·중 간 경제전쟁 확산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지난해 화웨이가 미 통신사인 AT&T를 통해 미 시장에 진출하려다 미 정부의 개입으로 돌연 취소된 것도 이 같은 역사적인 맥락이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은 2016년 백도어(backdoor) 사건이 계기다. 미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가 발견됐다. 제3자 해킹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미 정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화웨이는 즉각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중국 기업의 실수다. 중국 정부와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미국뿐 아니라 미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 화웨이를 넘어서 중국 ICT 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특히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4월 중국 통신장비를 쓰는 업체에 대해 보조금 지급 금지를 결정했고, 지난해 8월 미 의회는 미 국방권한법을 발의해 화웨이와 ZTE 등 중국의 5개 ICT 기업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푸젠진화(福建晉華) 반도체를 기술탈취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미국은 ZTE에 대해서도 지난해 3월 무역제재 대상인 이란에 수출을 진행했다는 혐의로 12억달러(1조3500억원) 상당 벌금을 부과했다. 화웨이에 대한 수사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미 법무부는 미 이동통신업계 3위인 T 모바일의 휴대전화 시험용 로봇 ‘태피(Tappy)’의 영업비밀을 탈취한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며 곧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런정페이 화웨이 CEO.
◆런정페이, 잇단 기자회견 건재 과시… 화웨이, 스파이 의혹 불식 ‘역부족’

언론 노출을 꺼리는 런정페이 회장이 지난 15, 17, 18일 중국 매체 및 외신, CCTV와 세 차례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화웨이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런 회장은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에 대한 기술력을 과시하며 “서방 국가도 결국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1085억달러(약 121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목표 매출액 1022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그러나 런 회장이 중국과 해외 언론을 상대로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중국 정부와 화웨이의 위기감을 방증하고 있다. 그는 1987년 창업 이후 생애 첫 인터뷰를 26년 만인 2013년에 했을 만큼 중국 내에서도 ‘신비 기업인’으로 불리며 언론 노출을 피해 왔다.

특히 런 회장의 적극적인 해명도 미국 등 서방 국가 의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런 회장은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다. 또 화웨이는 비상장 기업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한 핵심 정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런 회장은 화웨이 지분 중 1.4%만을 갖고, 나머지는 종업원들이 우리사주 형태로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 종업원 지분 중에 중국 군부나 정부 기관 등의 지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격인 당 위원회도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 배제 움직임은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와 폴란드 스파이 사건 이후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화웨이 배제 동참을 촉구하는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등이 5G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주요 통신 사업자들도 5G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유럽 국가인 체코 정부도 보안을 이유로 최근 자국 공무원에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첨단기술 주도권 둘러싼 미·중 IT전쟁… 중국의 ‘기술굴기’와 ‘차이나 포비아’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차세대 첨단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간 ‘IT전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글로벌 패권을 놓고 대치하는 미·중 간 또 다른 전선인 것이다. 미래 첨단기술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해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중국 굴기’와 서구의 ‘차이나 포비아’가 핵심이다.
멍완저우 부회장
멍 부회장의 미국 송환 여부는 화웨이 사건의 향배에 또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멍 부회장에 대한 송환을 강행한다면 중국과의 전면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법무부는 오는 30일 이전 캐나당 정부에 멍 부회장에 대한 인도요청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첨단기업을 억누르고 정당한 발전을 제어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정보통신산업 분야에서 중국 굴기의 상징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굴기’의 바탕에는 핵심 인프라 기술인 5G 통신 분야 선두주자인 화웨이가 있다.

중국은 화웨이가 5G 분야에서 독보적인 질주를 시작하자 그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중국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고 캐나다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가하는 것도 미래 IT 전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중국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각국은 스스로 선택한 기술 관리 방식과 공공 정책으로 평등하게 세계 기술체계에 참여할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며 “선진국만을 위하거나 특정 국가의 안보 표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추천뉴스

Info

많이 본 뉴스

Sponsored 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