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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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팀 "독감 겪은 후 뇌졸중 위험 높아져"

독감을 겪은 후에는 최장 1~2년까지 뇌경색 또는 경동맥 박리(carotid artery dissection)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동맥 박리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목 동맥의 내막벽이 찢어져 막 사이로 혈액이 새어나가면서 막이 분리되는 현상으로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의대의 두 연구팀이 따로따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31일 보도했다.

이 중 아멜리아 보엠 신경역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경색 환자 3만912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독감으로 확진되거나 독감 증상(기침, 고열, 몸살, 피로 등)이 시작된 사람은 그로부터 15일 안에 뇌경색 위험이 40%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위험은 독감 시작 후 15일 사이에 정점에 이르고 이후부터 점차 낮아졌지만, 최장 1년까지 지속됐다.

조사 대상 환자는 49%가 남성, 20%가 흑인, 84%가 도시 거주자였고 평균연령은 71.9세였다.

흑인과 백인, 남성과 여성, 도시와 지방 거주자 사이에는 뇌경색 발생률에 별 차이가 없었고 뇌경색 발생 이전에 독감을 겪었는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같은 대학의 매들렌 헌터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외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비외상성(non-traumatic) 경동맥 박리 환자 3천861명(평균연령 52세)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동맥 박리 진단 전 3년 사이에 113명이 독감으로 확진되고 1천736명이 독감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경동맥 박리 진단 전 30일 사이가 진단 전 1년 또는 2년 사이보다 크게 두드러졌다.

이는 독감이 경동맥 박리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독감 후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위험은 점차 낮아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헌터 연구원은 설명했다.

독감이 이 두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뇌경색 또는 경동맥 박리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독감 감염에 의한 염증이 원인일 것으로 연구팀은 지목했다.

독감에 걸리면 면역체계의 과잉 활동으로 과도한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뇌졸중과 심근경색에 취약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을 맞으면 이러한 위험을 막거나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뉴욕 레녹스힐 병원 뇌졸중 치료실장 살만 아즈하르 박사는 독감 후에는 뇌경색 또는 경동맥 박리위험을 경계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평소 뇌경색 위험요인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2건의 연구결과는 오는 6일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미국 뇌졸중 학회(American Stroke Association)의 2019 국제뇌졸중 학술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