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日, 中 견제 손잡아… 해양 vs 대륙세력 '亞太 각축전' [세계는 지금]

“영·일 관계는 과거에 없었을 정도로 진전해 (1902년 체결한) 영·일 동맹 이래의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총리의 영국 방문은 아주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 우리(영·일) 시야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 일본과의 관계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영국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달 10일(한국시간 1월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준(準)동맹으로 발전하는 양국 관계를 국제사회에 선명하게 부각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아시아를 떠났던 영국의 귀환과 영·일 군사·안보관계 강화는 아태 지역에서 대륙세력 대(對) 해양세력의 대립 격화로 이어질 조짐을 보여 20세기초 구(舊)영·일 동맹과 같은 대국정치의 영향 아래 국권 침탈을 경험한 한반도에도 적잖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일본 + 앵글로색슨 5개국 관계 강화

메이 총리와 아베 총리는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해양 안보협력 강화, 미국 이외의 지역인 일본에서의 첫 육군 연합훈련 실시, 북한에 대한 감시협력 강화 등 양국 간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굵직굵직한 성과를 평가했다. 특히 해양안보 분야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강조하면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現狀)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하고,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긴밀히 연대한다”고 남·동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2차 집권 이후 영·일 군사·안보관계 강화에 주력해 왔다. 2014년 5월 영·일 정상회담에서는 군사장비 분야 공동 개발과 처음으로 양국 외교·국방장관 간 2+2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2017년 8월 영·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한 메이 총리는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에 승선했으며 양국은 안보협력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해 12월에 개최된 2+2회의에서는 글로벌 차원 전략 파트너십이라는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여기에서는 미·일이 공유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이 영국에도 동일한 전략적 이익이라는 점이 강조됐으며, 각각 미국과 동맹인 영·일 양국이 사실상 준동맹 관계를 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영·일 3국이 처음으로 일본 근해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했다. 영국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는 앞서 지난해 9∼10월 후지산(富士山) 일대에서 연합훈련을 했다. 이는 일본 육상자위대가 일본 영토에서 미국이 아닌 나라와 함께 훈련한 첫 사례다.
영국과 일본은 21세기 세계사의 주무대로 부상하고 있는 아태 지역에서 중국 굴기(?起)를 견제하고 영향력을 유지·확대한다는 상호 이해관계가 결합해 군사·안보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립주의 경향이 보여주듯이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관여 축소에 대비한다는 측면이 있다. 이런 차원에서 미·영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도 준동맹 수준으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종의 우군(友軍) 넓히기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과거 뿌리를 같이하는 앵글로색슨계 국가로 모두 동맹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5개국은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라는 이름으로 에셜론이라는 통신 감청망을 사용해 전 세계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하는 특급 동맹관계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장차 특급 동맹국들과 안보를 분담할 태세다. 최근 주요 동맹인 한국이나 일본과 연합훈련을 할 경우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군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에 처음으로 캐나다군 장성을 임명한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영·일 군사·안보관계 강화는 미국의 이런 전략에 부응한다는 측면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영·일 관계 강화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후 일본이 미국의 정책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어 일종의 ‘대책’”이라며 “섬나라로서 세계를 제패했던 영국에 대한 일본의 선망이 영·일 관계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영일동맹 기본엽서
◆브렉시트의 영국, 20여년 만에 아시아 복귀 전략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정치·경제에서의 활로를 아태 지역에서 찾고 있는 점도 영·일 관계 강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홍콩을 정리하고 떠난 지 20여년 만에 아시아 복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영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 재확대를 위해서는 대서양∼지중해∼수에즈운하∼인도양∼남중국해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전략 거점 마련이 필요하다. 군사적 측면에서 과거 식민지이자 현재 영연방(The Commonwealth of Nations) 일원인 싱가포르나 브루나이에 군사기지를 새로 설치하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영국은 지난해 4월에는 1971년 이래 처음으로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연결하는 수에즈운하 동쪽인 중동의 바레인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만들었으며, 올해 안에 아라비아해에 접한 오만에 군사기지를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과의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영연방 5개국 방위협정(FPDA)을 맺고 있는 영국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요지인 동남아 군사거점 마련과 일본과의 군사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을 도와 중국을 견제하고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영·일 관계 강화는 아태 지역에서 전통적인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립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중국의 열도선(列島線·도련선) 돌파를 저지해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려고 하고 있다. 열도선은 1950년대 미국이 중국·소련 봉쇄를 위해 고안한 구상인데, 중국은 거꾸로 중국해군의 군사활동 전개 목표를 설정하고 미군을 방어·저지하는 전략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중국은 둥펑(東風·DF) 미사일을 앞세워 일본 규슈(九州)∼대만∼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 열도선 내측에서는 미군 전력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 영역거부(Area Denial)를, 일본 오가사와라∼미국령 괌∼파푸아뉴기니를 연결하는 제2 열도선 내측에서는 미군 전력의 활동을 방해하는 접근저지(Anti-Access)를 전략개념으로 채용하고 있다. 영국은 미·중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9월 남중국해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을 항해하는 행위) 작전을 펼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김예진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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