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자유한국당의 퇴행

과연 누가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인가.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했던 2016년 총선 얘기가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청와대 주인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옥중에 있지만, 또다시 진박 후보 논쟁이 한국당 당대표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만나는 유영하 변호사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황교안 전 총리를 ‘친박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허락을 받았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옥중정치’에 나섰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에 앞서 몇몇 당권주자들은 ‘박근혜 석방’을 외치며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쥔 책임당원 중 50%가 대구·경북(TK)을 비롯한 영남이고, 이 중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 극렬 지지부대인 태극기 부대로 분류되는 것을 의식한 행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자초한 실패한 지도자라는 점에 비추어 한국당을 ‘도로 친박당’으로 만드는 퇴행적 정치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이 이같이 국정 농단의 기억을 잊은 채 과거에만 매달리면 만년 야당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폭동’으로, 당시 희생자들을 ‘종북 좌파가 만든 괴물집단’으로 부르며 매도했다. 다른 곳도 아닌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다.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공청회가 공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렸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어제 “5·18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된 사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 지지율이 꾸준히 올라 30%에 육박한다. 한국당은 이걸 믿고 퇴행적인 모습을 일삼는 것 같다. 그러나 지지율 상승은 여권의 잇단 악재에 따른 어부지리이지, 한국당이 대안정당으로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당이 국민 앞에 다시 태어나는 일은 요원하게 느껴진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