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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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푸른 잎·울긋불긋 꽃들의 향연 [밀착취재]

오는 5월 정식 개장하는 서울식물원
지중해관에 히비스커스 꽃이 피어 있다.
포인세티아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봄이 되면 야외 주제정원에 심을 시클라멘이 재배증식온실에서 자라고 있다.
요즘 겨울 날씨를 두고 ‘삼한사온’ 대신 삼일은 춥고 사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외출에 앞서 미세먼지농도 검색과 마스크를 챙기는 일이 당연시됐고 바깥 활동 자체를 꺼리는 형편이다. 이런 추세에 맞게 최근 SNS에서 실내 나들이 명소로 인기를 누리는 곳이 있다. 작년 10월 서울 마곡 김포평야에 임시 개장해 한겨울에도 푸르른 식물과 울긋불긋 예쁜 꽃들을 볼 수 있는 서울식물원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식물원 온실 열대관을 찾은 아이들이 선생님과 수중식물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물가에 반영된 아이들의 모습을 회전했다.
서울식물원 온실을 찾은 시민들이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선생님 너무 더워요!” 바깥은 영하의 날씨지만 서울식물원의 온실 온도는 28도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온 아이들이 한여름 같은 날씨에 너도나도 겉옷을 벗기 시작한다. 안경을 착용한 방문자들은 열대관 입구에서 김 서린 안경을 벗을 수밖에 없다.

올 5월 정식 개장을 앞둔 서울식물원은 여의도공원의 2.2배 규모로 열린 숲, 호수원, 습지원으로 이루어진 공원 구간과 테마정원, 온실을 포함한 식물원 구간으로 나뉜다. 식물원이 보유 중인 식물은 총 3000종으로 그중 500종은 직경 100m, 높이 25m 온실에 심겨 있다. 온실은 크게 열대, 지중해로 구분되며 서울시와 자매결연한 베트남 하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12개 도시를 테마로 만들어졌다. 석가모니가 도를 터득했다는 인도 ‘보리수나무’부터 동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 아프리카 ‘물병모양나무’ 등 유명 식물들도 구경할 수 있다.

재배증식온실에서 식물연구과 실무관이 봄에 주제원에 심을 식물에게 물을 주고 있다.
서울식물원 열대관 한 부분이 베트남 하노이를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
“아직은 임시 개장이고 겨울이라 야외 주제 정원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어요. 봄이 오는 3월부터 우리나라 자생식물(초화류) 위주로 희귀, 멸종 위기 식물도 심을 예정이에요. 정식 개원 시점에 유료화될 구간이기도 하고요.” 재배증식온실에서 식물연구과 김혜수 실무관이 봄에 옮겨 심을 식물을 점검하며 말한다.

서울식물원 직원들이 프리지아, 프리뮬라, 꽃베고니아 등 봄꽃들로 구성된 미니 화분을 온실입구에 장식하고 있다.
석가모니가 도를 터득했다는 인도 보리수나무가 열대관에 심어져 있다.
식물들은 단기간에 성장하거나 자리 잡지 못한다. 그래서 흔히 식물원은 ‘기다림’이라고 한다. 서울식물원은 태어난 지 이제 5개월이 되었다. 조금은 더디고 느리더라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수백 년 대물림되는 식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본다.

글·사진=이재문 기자 m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