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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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 ‘스몰딜’ 우려 커지는데 금강산 관광 얘기할 때인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몰딜’ 얘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스몰딜은 핵·미사일 동결과 종전선언 및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거래를 뜻한다. 그간 미국이 천명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가리키는 ‘빅딜’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만에 하나 이런 방식으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우리로선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스몰딜은 어제 여의도에서도 거론됐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 조엘 위트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달성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 번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점차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북한의 이행 속도에 맞추어 반대급부를 제공하면서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속도를 내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고 밝혀 스몰딜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스몰딜은 그 자체로 우리 안보에 적신호이기도 하지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통로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핵·미사일 전면 폐기를 위한 신고·검증보다 핵 동결에 치중할 것임을 은연중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합의를 자신의 외교 성과로 포장함으로써 국내 정치의 실패를 만회하는 돌파구로 삼으려 할 것이다. 실제로 이런 기류는 벌써 노골화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고, 청와대도 이를 두둔하고 나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혈맹의 가치’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는 우리로선 불쾌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국제관계의 엄연한 현실이다. 스몰딜 논란에서 보듯 북핵 문제는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닌 만큼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핵을 미국의 문제로 여기고 남북교류만 중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종교지도자와의 오찬에서도 “남북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이라고 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핵문제는 제쳐놓고 남북교류로 얘기꽃을 피우는 게 정상인가. 남북관계만 좋아지면 평화가 올 것이라고 믿는 건 환상이다. 핵과 동거하는 평화는 ‘가짜 평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