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WSJ "김정은, 미국·한국과의 대화 반대자 숙청 시작했다"

WSJ "대북제재로 고갈된 금고 채우려 '부패 청산' 명목으로 재산 몰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및 한국과 대화하는 자신의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부유층들을 대거 숙청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날 ‘김정은이 부유한 엘리트와 대미 관계 반대자들을 숙청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돈 많은 사회지도층들의 재산을 몰수했다”면서 50~70명의 사람들이 수감 또는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부패청산’이라는 명목으로 부유 계층의 자산을 압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엔의 대북 제재로 고갈된 ‘금고’를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를 반대하는 인사들도 함께 숙청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안보 분석가 등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국제적 제재에 직면하자 비판론자들의 입을 막고, 고갈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전략센터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번 숙청은 북한 내 지위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돈을 번 고위 관리들을 겨냥한 것으로, 압수 금액만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미 대화를 원치않는 군부 내 ‘매파’를 길들이고,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북화해와 북·미대화를 주장하는 ‘비둘기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WSJ은 체제 안정과 충성파들을 길들이기 위해 최근까지 비리를 용인했던 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숙청된 인사 중에는 김정은 국방위원장도 손을 못댔던 최고위급 군부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숙청은 지난 2017년 북한 군부 권력의 핵심인 북한 총정치국 위원 10여명을 숙청한 것과 비견되는 사건으로, 김 위원장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분석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