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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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언론과 가장 가까운 대통령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언론친화적인 인물이 3대 토머스 제퍼슨이다. 그는 프랑스 공사 시절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은 언론자유의 토대가 됐다. 언론의 무책임에 대해서는 호되게 비판했다. 그는 1807년 한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요즘 신문에서 믿을 게 하나도 없다. ‘오염된 도구(신문)’에 인쇄되면 진실조차 의심스럽게 된다”고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도 언론에 대한 애증이 교차한 인물이다. 입법활동을 알리기 위해 백악관 기자실에서 비공식 간담회도 하고 홍보인력도 채용했다. 그렇지만 거짓 보도를 하는 언론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언론이 황색주의에 빠져 허위보도를 한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는 언론에 대해 “거짓말쟁이가 도둑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허위사실이 명예훼손이 되면 도둑보다 더 나쁘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들은 한쪽만 보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 넘어가면 기자실이 되살아날 것 같아 내가 확실하게 대못질해 버리고 넘겨주려고 한다”고 했다. 이러니 언론과 척지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청와대도 대언론 관계가 한쪽으로 흘렀다. 최순실의 태블릿PC와 관련해 보도매체에 압력을 넣은 것은 뒤늦게 알려졌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11월 라디오방송에서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의 압력을 느꼈다”고 했다. 언론에 호감이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과의 관계가 최악인 현직 지도자를 들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손에 꼽힐 것이다. 그의 ‘페이크 뉴스’ 공격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다른가 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댄 발즈는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의 한 식당에서 트럼프와 통화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CNBC 앵커 조 커넌이 “대통령과 통화할래”라면서 전화기를 넘겨주었는데 트럼프였다. 질문에 짜증났는지 트럼프가 “내 지지자 아니냐”고 물었다. 발즈가 “기자”라고 하니 트럼프가 잠깐 침묵하다가 웃었다고 한다. 입만 열면 언론을 욕하는 대통령도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도 그랬으면.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