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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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 기대 부응… 시범경기 자체중계 나선 구단들

TV 방송사 생중계 포기 따라 / 롯데·KIA·한화 ‘유튜브’ 송출 / 방송사 독점적 지위 흔들릴 듯

시범경기가 개막했던 지난 12일 KBO리그를 대표하는 두 좌완 에이스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이 나란히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 올랐지만 야구장을 가지 못한 팬들은 이들의 투구장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들이 광고가 없어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다며 편성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비는 표면적 문제고 뉴미디어 중계권을 통신·포털 컨소시엄에 빼앗긴 데 대해 방송사들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다. 어쨌건 겨우내 야구 경기가 시작되기만 기다려 왔던 많은 팬들은 중계를 볼 수 없게 된 것을 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자 구단이 팬들을 위해 자체 중계에 나섰다. 12일 롯데가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범경기를 ‘자이언츠 TV’로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13일에는 KIA가 ‘KIA TV’를 통해 SK와의 시범경기 생중계를 했다. 한화도 ‘이글스 TV’로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를 직접 중계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기존 방송사만큼의 다양한 각도의 질 높은 영상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정도는 됐다. 각 구단 유튜브 채널 동시접속자가 방송 시작과 함께 1만명을 손쉽게 돌파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구단 자체 방송인 만큼 홈팀 위주의 중계 멘트 등으로 흥미를 더했다.

 

KIA 관계자는 “카메라 2대에 지역 케이블 방송 아나운서를 섭외해 중계에 들어갔다. 13일부터 17일까지 홈에서 열리는 총 5경기를 모두 생중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화 역시 주말까지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모든 시범경기를 직접 방송한다.

프로야구 KIA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1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와의 시범경기를 자체중계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사실 구단 자체 중계도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것이다. 구단들이 보유한 생중계 가능 채널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페이스북 라이브 등이지만 이는 KBO와 정식으로 계약된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야구 콘텐츠를 생중계 형식으로 내보낼 수 없다. 다만 방송사의 중계가 불발됐을 때는 중계권 대행사의 허가를 통해 중계가 가능하다. 이에 새롭게 뉴미디어 중계권을 갖게 된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시범경기의 구단 중계를 허용했다. 이번 구단 자체 중계가 성사되면서 앞으로 방송사들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신호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열린 시범경기에서는 KIA의 새 외국인 투수 조 윌랜드(29)가 SK 타선을 5.1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날 5이닝 2피안타 무실점한 제이컵 터너와 함께 KIA에 막강 외인 원투펀치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송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