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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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IMF 경고

경제의 형편을 재는 잣대는 무엇일까. 성장률, 고용, 생산, 물가, 소비, 무역, 부채…. 잣대로 쓰이는 경제지표는 모두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와 다른 잣대 하나가 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 기구의 이름이 얼마나 자주, 크게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지를 보면 형편의 좋고 나쁨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경제와 IMF의 함수관계를 따진 학자는 없지만 ‘경제 형편과 IMF 기사의 크기는 반비례한다’는 것은 공식 아닌 공식이다. 대문짝만 하게 다뤄지면 사정은 분명 나쁘다.

IMF 기사가 가장 크게, 많이 다뤄진 때는 외환위기 즈음이다. 1997년 12월3일, 대한민국 부도의 날이다. 그날 서울에 나타난 미셸 캉드쉬 IMF 총재. 모두 그의 입만 쳐다봤다. 정부가 특히 그랬다. 그가 구조조정을 외치면 그대로 실행하고, 자본시장 개방을 외치면 주식시장을 더 열었다. 경제 주권? 우스운 소리다. ‘부도난 빚쟁이 나라’가 무슨 힘으로 주권을 외치겠는가. 그는 이렇게 불렸다. ‘경제총독 캉드쉬’. 그때 알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망령처럼 IMF가 등장한다는 것을.

‘IMF 경고’가 또 등장했다. 그것도 머리기사로. 한국에 온 연례협의미션단은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 경제는 중단기적으로 역풍(headwinds)을 맞고 있다.” 역풍은 맞바람이다. 맞바람이 강하면 중심을 잃고 나자빠진다. 경제적으로는 22년 전 외환위기가 딱 그 짝이었다. 이런 험한 용어를 쓴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외환위기 때는? “그래도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했다. 그만큼 지금 경제는 위태롭다.

정부는 어찌 받아들였을까. IMF의 추경 편성 권고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왈, “추경을 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잡겠다.” IMF는 실상을 제대로 알고 추경을 권고한 걸까. 지금의 어려움은 긴축 때문이 아니라 얼토당토않은 반시장 정책 때문이 아니던가. 황당한 것은 홍 부총리다. 미세먼지 추경? 잘못된 정책을 고칠 생각은 않고, 그동안 뿌린 돈도 모자라 권고 끄트머리에 붙은 추경을 빌미로 또 ‘세금과 빚’을 살포하겠다는 건가. 문득 든 생각, “혹시 경제부총리의 자질을 보고 역풍을 경고한 것일까.”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