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은 ‘안보·경제 공동체’… 갈등 풀고 미래로 나아가길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엊그제 “강제징용 판결 원고 측이 압류한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할 경우 한국에 관세는 물론 송금 및 비자 발급 정지까지 보복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시나리오별 맞대응 카드를 준비 중이다. 앞서 오는 5월로 예정된 양국 경제인회의마저 9월로 연기됐다. 양국의 ‘강대강’ 외교 갈등이 경제 갈등으로 확산하는 국면이다.

일본은 한국이 외교적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3국 위원을 포함하는 중재위원회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에서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갈 수 있다”고 했지만 당분간 화해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논의가 구체화하는 점이 우려를 낳는다. 관세 인상 외에 일본제품 공급 중단, 한국인 비자 발급 제한,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수출 중단 등이 거론된다. 검토 중인 제재 조치가 100여가지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경제보복 조치가 현실화하면 양국 협력관계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 한마디 없이 경제보복 운운하는 일본의 태도는 몰염치의 극치다. 경제보복으로 과거사를 가리려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강제징용 등 일제 침탈의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두 끝난 일이라고만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은 제대로 된 보상과 사과를 받지 못해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한·일 간에는 외교는 없고 싸움만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대안 없이 강경 일변도 대일 외교를 구사하는 것도 문제다. 일본 언론은 자국 정부가 수출 제한과 고관세 부과 조치를 취하면 한·일 양국 기업 모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제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만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길 바란다. 양국은 북핵 등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야 할 처지다. 냉정을 되찾아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미래를 향해 손을 맞잡고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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