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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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성장촉진제’가 된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 경고

메린 매케나 지음/김홍옥 옮김/에코리브르/2만5000원

빅 치킨/메린 매케나 지음/김홍옥 옮김/에코리브르/2만5000원

 

이 책을 읽기가 유쾌하지 않은 이들이 많을 수 있다. 특히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는 닭고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이 ‘우리 시대 최대의 건강 위기’를 유발하는 요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현대의 육류 생산 시스템에서 항생제와 얽힌 불편한 사실을 다룬 책이다.

처음으로 동물 사료에 항생제를 곁들인 것은 1940년대였다. 그것은 “결정적으로 현대적 육류 생산을 가능케 한 요소”였다. 큰 피해 없이 더 많은 동물을 좁은 우리 안에 밀어넣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또 도살 기준이 되는 체중을 70년 전에 비해 배로 늘린 반면, 같은 양의 고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성장 촉진제’가 된 항생제로 사육된 첫번째 동물이 닭이었다. 그로부터 수십년 동안 닭을 비롯한 거의 모든 육용 동물에게 일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량의 항생제가 투여됐다.

잘 알려져 있듯 항생제의 남용은 내성을 키운 새로운 병원균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1940년대 페니실린이 나오고 10년 정도가 지난 뒤 그에 대한 내성이 세계를 휩쓸었고, 1948년에 등장한 테트라사이클린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겨 약효가 줄어들었다. 분자 형태와 작용 양식이 다른 신종 항생제를 생산해 낼 때마다 병원균은 발 빠르게 거기에 적응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효력이 사라진 항생제를 대체해 줄 새로운 항생제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내성을 획득한 병원균은 다양한 경로로 확산된다. 시장에 유통되는 육류, 폭풍우에 의한 유출수, 지하수, 농장 인부들의 피부나 의복 등 유출 경로는 여러 가지이며 추적조차 불가능하다.

항생제를 무용지물로 만든 병원균은 수백 만건의 질병을 일으킨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200만건의 질병이 발생한다. 수십억 달러의 의료비 지출을 초래하며 2050년이 되면 100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사망자를 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