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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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사소한 언행, 재앙 초래… 북·미 자제를”

美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 기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4일(현지시간) 사소한 언행이 재앙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북미의 상호 자제와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절충을 촉구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03.12. dahora83@newsis.com

문 특보는 이날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북·미) 관계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도발적 레토릭이나 행동이 얼마나 사소해 보이든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상호 언행 자제가 (북·미) 협상 소생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선전포고가 나오기 직전, 공교롭게도 이같은 상황을 예견한 듯한 우려섞인 제언이었다.

 

문 특보는 지난해 5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강경한 레토릭을 주고받으며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킬 뻔했던 상황에서 북·미 당국자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문 특보는 “협상을 궤도에서 이탈하게 하고 잠재적 재앙을 촉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시험에 관여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따른 논란이 확산하자 북한을 향해 자제를 촉구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특보는 “양쪽이 신중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전부 아니면 전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미국이 점진적 접근을 계속 꺼리면 현재의 교착에 탈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내놓은 제안도 실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추가 폐기 약속 같은 제안을 더 내놓으면서 광범위한 제재 해제 대신 남북경협 정도로 기대를 덜 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의 요구는 너무 컸고 북한의 제안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며 “극단 사이에서 한국이 중간지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촉진자 역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은 한국에 남북경협에 대한 유연성 확대와 같은 지렛대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노선 재개는 부분적으로 국내 정치적 우려에 기반을 뒀을 수 있고 핵 협상의 정치화는 한국이 크게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2020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북한 핵 문제에서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북한에서는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지만 북·미협상이 흔들릴 경우 군과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내부의 부정적 정치 여파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대화가 계속 교착되면 김 위원장도 과거의 선군(先軍) 정치 복귀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한 것도 군과 강경파를 향한 경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 역시 하노이에서 북·미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따른 정치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시기에 그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 평화 이니셔티브에 베팅한 것”이라며 “2020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고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면 문 대통령은 쉽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최근의 차질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협상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에 낙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북·미는 협상의 궤도이탈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다하면서 어렵게 얻은 대화를 지속하고 화해를 향한 모멘텀을 살려가야 한다. 협상의 길을 깨는 건 쉽지만 복구는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