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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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먹자마자 토하는 아기, ‘비대 날문 협착증’ 의심을

남아가 여아보다 발병 4배 정도 많아 / 두꺼워진 날문 근육 절개 수술로 치료

“모유도 분유도 먹이면 토하는 우리 아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생후 한달을 넘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최모(33·여)씨는 자주 토하는 아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하루에도 여러번 분유를 먹자마자 왈칵 토하고 충분히 먹인 것 같은데 아이는 자꾸 보챈다. 첫째 아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주변에 조언을 구하면 애들은 원래 많이 토하니 트림을 잘 시켜주라고만 한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비대 날문 협착증(Hypertrophic pyloric stenosi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토하는 아기
게티이미지뱅크

최씨의 아들처럼 신생아 중에 모유나 분유를 먹은 후 유달리 토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있다. 특히 생후 1주에서 5개월 사이에 분수토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 비대 날문 협착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비대 날문 협착증은 비담즙성 구토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통로인 날문의 근육이 비대해져서 날문강이 길어지고 좁아져 구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미국에서는 신생아 1000명당 3명 정도 발생한다. 남아(특히 첫째 아이)가 여아보다 4배 정도 흔하게 발병한다. 가족력을 보이기도 한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근육 이완에 관여하는 장애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초기 증상은 담즙을 포함하지 않는 구토다. 먹인 후 바로 나타나는 사출성 구토 즉 흔히 말하는 분수토가 특징이다. 경우에 따라 먹는 양이 적을 때는 게워내는 식으로 토를 하다가 먹는 양이 늘어나면 분수토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보통 생후 3주에 구토가 시작되지만 이르게는 생후 1주부터 늦게는 생후 5개월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구토가 계속되면 아이 몸에서 수분이 소실돼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위산과 염소 성분의 소실로 전해질 이상이 일어난다. 아이가 하루에도 여러 번 분수토를 하고 자주 먹으려고 하며, 소변량도 줄어들고 몸무게가 잘 늘지 않는다면 비대 날문 협착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대 구로병원 소아외과 나영현 교수는 “비대 날문 협착증이 있는 환아는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에서 2~3cm 크기의 딱딱한 도토리 모양의 덩어리가 만져진다. 보통은 토하고 난 후에 환아가 울지 않을 때 잘 만져지며, 복부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날문부 근육층의 두께가 4mm 이상이거나 날문부의 길이가 14mm 이상인 경우 비대 날문 협착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 날문 협착증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수술은 날문부의 비대해진 근육을 절개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박태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