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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먹고싶은 거 다 먹고 살뺀다?…부작용 감수하시겠습니까

다이어트 보조제 허위·과대광고 피해 속출 / ‘100% 일반인 체험’ 등 내세워 / “운동 없이도 감량” SNS 홍보 / 이상증세 호소 사례 매년 증가 / 소화불량 최다… 체중 늘기도 / 전문가 “말 그대로 보조제일 뿐…식습관·운동 병행해야만 효과”

‘운동 없이도 무조건 살이 빠진다더니….’

 

직장인 신영지(가명·32)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다이어트 보조제 때문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일주일 동안 5㎏ 감량’이라고 쓰여 있는 온라인 홍보문구를 보고 제품을 구매했지만, 복용 2주차에도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다. 신씨는 “일반인이 복용 실험에 참여해 몸무게가 줄어든 후기를 보여주길래 믿고 구매했지만 먹고 나면 속이 울렁거리고 배가 아파 복용을 중단했다”고 토로했다.

 

대학원생 임모(31)씨도 “위가 약한 편인데 부작용이 없다고 해서 제품을 먹었다가 위경련에 어지럼증까지 느꼈다”며 “부작용 설명은 전혀 없고 다이어트에 특효라고만 광고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체형관리와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다이어트 보조제 판매업체들이 과장된 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광고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잘못된 복용법으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세계일보가 18일 입수한 다이어트 보조제 온라인 허위·과대광고 실적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은 2016년 2751건, 2017년 4779건, 지난해 4683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업체들은 주로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활용하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한 것처럼 소위 ‘후기 형식’의 광고를 활용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효과 빠른 지방세포 학살템’, ‘운동 없이 이것만 먹으면 살 빠진다’, ‘먹고 자기만 해도 지방파괴’ 등 해당 제품을 섭취하면 무조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실험참가자의 ‘비포&에프터’를 보여주며 “내 돈 주고 산 아이템”, “100% 리얼 일반인 후기’라고 내세워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하도록 하는 식이다.

 

일부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 “제대로 섭취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부작용이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하루 섭취량을 한꺼번에 먹어도 상관없다”고 안내한다. 또 다른 업체는 한 번에 다른 성분의 다이어트 보조제 제품들을 한꺼번에 복용하면 더 효과가 커진다고 여러 개를 섭취하도록 추천하기도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다이어트 보조제로 인정받는 원료는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 녹차추출물, 공액리놀렌산 등 25여개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원료가 일반인 모두에게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질병 유무 등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니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튜브에서 의학채널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를 운영하는 김연휘 의사는 “대표적 원료인 가르시니아는 가끔 일시적인 두통, 위장장애가 보고됐고, 공액리놀렌산은 복용 시 공복혈당을 증가시켰다는 결과가 있어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다이어트 보조제는 법적으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흡수가 덜 되게 하는 것과 대사를 빠르게 하는 것 등 품목별로 주의사항이 다르다”며 “소비자가 적정량과 복용법을 잘 알고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위염과 복통, 메스꺼움 등 부작용 다이어트 보조제 신고 현황에 따르면 이상을 호소한 사례는 2016년 90건에서 2017년 95건, 지난해 105건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 접수된 이상사례 증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화불량이 42.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밖에 체중증가(16.5%), 가려움(13.7%), 어지러움(12.4%) 등이 뒤를 이었다.

 

차연수 전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말 그대로 보조제이므로 전적으로 의지하면 절대 살이 빠지지 않는다”며 “식습관과 운동이 병행돼야 효과가 있다”고 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