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청와대 대변인

이명박(MB) 대통령의 대변인 격이던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났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구명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착수된 검찰수사 때문이다. 당시 측근 비리와 실수가 잇따라 터지면서 MB가 곤욕을 치렀다. ‘스폰서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한일합방 100주년”이라고 말했다가 주워 담느라고 혼났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으로 정정했지만 여진이 좀체 사그라들지 않았다.

김대중정부 이전까지는 공보수석이라고 불렸던 홍보수석이 대변인을 겸임했다. 노무현정부 들어서 홍보수석과 대변인으로 업무가 분리됐다. 전문화 시도였다. 그렇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송경희 대변인은 70일 만에 물러났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한 날 ‘전군에 경계령이 내려졌느냐’는 기자 질문에 “워치콘(대북정보감시태세) 3을 한 단계 높였다”고 했다. ‘데프콘(방어준비태세) 아니냐’, ‘한 단계를 올린 것은 맞나’라는 질문 공세에 그는 “네”라고 답했다. 외신들이 ‘한국군, 워치콘 2로 격상’이라면서 한반도가 긴장상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적대행위”라며 남북경제협력회의를 취소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국방부는 ‘워치콘’과 ‘팝콘’도 구별하지 못하는 대변인이라면서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박근혜정부 때 윤창중 대변인은 미국 출장 갔다가 불거진 성추행 논란으로 대통령 순방 일정이 끝나기도 전에 혼자 귀국했다. 대변인과 홍보수석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방미 일정 말미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어제 물러났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이다. 그는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 전임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해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다 불륜·내연녀 공천 시비에 휘말렸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아바타다. 국민은 대변인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대통령을 떠올린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제력이 필요하고 남의 시선을 유독 의식해야 하는 자리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