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삶의 평균속도

“턱이 사라졌네?”

 

몇년 만에 만난 선배가 순간 멈칫하다가 물어보았다. 작년 겨울에 독하게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해서 17㎏을 빼면서 종종 ‘누구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옛 지인들을 만난다. 그럴 때마다 “살 빼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연스레 지금의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식욕은 줄어들지 않아 결론은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로 났다. 자전거를 선택했다. 작년 봄에 적당한 가격의 자전거를 하나 사서 타고 다녔다. 점차 거리를 늘려 요즘엔 주말에 100㎞가량을 타곤 한다.

 

처음에는 그저 체중 유지 목적으로 탔다. 속력에 관심이 없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주변 풍광을 보는 즐거움이 더 와 닿았다. 그러다 나를 지나쳐가는 자전거 동호인들을 만났다. “지나갑니다”라는 말과 함께 물경 수백만원에서 기천만원에 달하는 ‘삐까뻔쩍’한 자전거를 타고 그들은 내 앞을 지나갔다.

 

막연히 “와 빠르게도 탄다”고 생각하다 “저 사람들한테 뒤처질 수 없다”는 오기가 들기 시작했다. 자연히 페달에 힘이 들어갔다. 한 명, 두 명을 제치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가끔은 모르는 사람들과 ‘자전거 속도 배틀(?)’ 같은 짓도 했다.

 

부질없는 행동이라는 걸 느낀 건 페달 속력을 높여봤자 ‘평균속도’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였다. 어느 날인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탔는데, 다른 자전거 동호인들과 ‘자전거 경주’를 벌이느라 친구보다 앞서서 달리게 됐다. 조금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가니 따라온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 그러다가 나중에 힘들어.” 그 말을 들은 지 10분 후에 정말 죽을 정도로 힘들었다.

 

시속 40㎞ 정도로 ‘세게’ 페달을 밟다 보면 조금 지나 몸이 녹초가 되어버린다. 속력은 ‘시속 15㎞’로 줄어든다. 그렇게 가다 보면 결국 시속 25∼27㎞로 꾸준히 가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게 친구의 가르침이었다. ‘최고속도’가 아닌 ‘평균속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평균속도를 올리려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 체력을 생각하면서 꾸준히 운동해야 가능하다.

이도형 산업부 기자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평균속도’의 중요성은 자전거를 탈 때만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번졌다. 그때 마침, ‘최고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TV에 자주 보이면서다. “그들의 삶이 부럽다”가 당분간 머릿속을 지배하다 “저들의 평균속도는 어떻게 될까?”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를 제치려 노력하거나 의식하는 삶으로 ‘최고속도’를 낼 수는 있겠지만, 내 ‘마음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 삶은 곧바로 녹초가 된다. 자전거도 그렇듯이, 삶도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기르는 ‘마음의 체력’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까. 결국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다.

 

이도형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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