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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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텔스기

‘하늘의 지배자’로 불리는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쉽게 탐지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레이더에 덜 걸리는 비행기’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아예 ‘레이더에 안 걸리는 비행기’로 잘못 알고 있다. 스텔스기도 당연히 레이더에 걸린다. 레이더 피탐면적(RCS)이 작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만 식별이 가능하고, 또 작은 벌레 정도 크기의 물체로 보여 방공망이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스텔스기의 핵심은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도료에 있다. 도료는 여러 나라가 만들 수 있으나 관건은 도료가 기체에서 벗겨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스텔스기의 원조는 미군이 1974년 개발에 착수한 F-117기다. 미군은 이 비행기의 존재를 극비에 부치다가 1988년에야 공개했다. 그 사이에 네바다사막에서 일반 전투기와 외형이 다른 F-117이 시험비행하는 것을 목격한 일반인들이 미확인비행물체(UFO)라고 신고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F-117은 1990년 걸프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진한 F-117은 은밀하게 비행해 이라크 방공망을 궤멸시켰다. F-117은 ‘투명인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밤에 주로 활약해 ‘나이트 호크(Night hawk)’라는 별명도 붙었다.

F-117을 대체한 미 공군 F-22랩터와 함께 현존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가 지난주 한국에 처음 도착했다. 2014년 9월 F-35A가 차세대 전투기(FX)로 결정된 지 4년6개월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 스텔스기 보유국이 됐다. 2021년까지 모두 40대를 인도받을 예정인 F-35A의 가격은 대당 1억달러(1100억원) 안팎이다. 스텔스기 보유로 공군 전략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청주 기지에서 열린 도착 행사에 공군 참모총장 출신인 정경두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불참했다. 북한의 반발을 고려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의 F-35A 도입에 대해 ‘반민족적 범죄행위’ ‘군사적 관계개선을 망쳐놓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군 역사상 최강의 전략무기를 들여오고도 마음껏 환영하지 못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