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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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인터넷전문은행 2년

기술은 광속으로 진화한다. 자고 나면 세상은 달라진다. 또 하나 나왔다. 5G 통신시대가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열렸다. 4G는 1Gbps, 5G는 20Gbps. 최대 전송속도만 봐도 차원이 다른 기술이다. 온라인 세상은 또 얼마나 달라질까.

“지금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우리는 과거 속에서 살게 된다.” 카네기 명언집에 나오는 피터 엘리아드의 말이다.

좀체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의 은행산업이 그렇다. 수천년간 이어온 ‘이자 장사’. 국내 은행의 영업방식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2017년만 해도 아프리카 우간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런 은행산업을 바꿔야 한다는 기치 아래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다. 이달로 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금융경쟁력을 키울 ‘메기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런 것 같지 않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이런 식이라면 고사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은 다르다. 미국 1995년, 일본 2001년에 생겨난 인터넷전문은행들. 무럭무럭 자라 지금은 개화기를 맞고 있다. 일본 스미신SBI넷은행의 수신고는 지난해 6월 4조6509억엔(약 47조원)에 이르렀다. 뒤늦게 출범해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와는 딴판이다. 이것만 놓고 봐도 우리 금융경쟁력이 얼마나 낙제 수준인지 한눈에 드러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금융산업을 세계 꼴찌로 만든 ‘거미줄 규제’ 족쇄를 인터넷전문은행에도 그대로 채운 탓이다. 금융의 숨통을 막는 주주·자본·거래 규제들. 기존 은행과 다른 것이 있다면 지난해 9월에야 겨우 특례법을 만들어 허용한 ‘비금융주력사 지분 한도 34%’ 정도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이미 ‘낡은 경전의 낡은 문구’로 변한 ‘은산(銀産) 분리’의 낡은 이념은 디테일 속의 악마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무엇으로 메기를 만들 수 있을까. 외국 인터넷전문은행이 상륙하면 어찌 될까. 페이스북, 구글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면 또 어찌 될까. 국경이 허물어지는 세상에서 또 진흙벽을 쌓겠다고 할까. 세상은 변하고 있다. ‘과거 속에 사는 미래의 우리’. 그것이 걱정스럽다.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