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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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국가 부도

36,000,000,000%! 초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베네수엘라에서 최근 1년 사이에 일어난 커피값 상승률이다. 작년 2월 0.5볼리바르였던 커피 한 잔 가격이 1년 만에 1억8000만 볼리바르로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70만%를 기록한 물가는 올해 1000만% 치솟을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 94%는 빈곤의 구렁텅이로 떨어진 상태다. 370만명이 영양실조를 겪으면서 국민 평균 체중은 10kg 이상 줄었다. 미국 CNN방송은 그 참상을 이렇게 전한다. “이것은 ‘세상의 종말’이다.”

 

종말을 피해 340만명이 나라를 버리고 떠났다. 정든 고국을 등졌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웃 나라로 탈출한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팔았다. 산모들은 모유를 짜서 팔고, 14세 소녀는 1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길거리에서 몸을 판다. 매춘 여성 중에는 고국에서 의사, 교사 등 번듯한 직장을 가졌던 여성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베네수엘라는 원래 석유매장량 세계 1위를 달리던 남미의 부국이었다. 그런 나라를 국가 부도 상태로 내몬 것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다. 좌파 정부는 오일달러를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에 쏟아부었다. 고유가만 믿고 돈을 살포하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공짜 복지로 거덜 난 나라가 베네수엘라뿐이겠는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몰락은 소련의 붕괴 직후보다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복지 포퓰리즘은 패망한 공산주의보다 국가경제에 더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그것은 마약과도 같다. 공짜에 한번 길들여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런 마약을 국민들에게 뿌리는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에도 즐비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달부터 24세 청년들에게 현금을 살포한다. 3년 이상 경기도에 주민등록만 두면 묻지도 않고 100만원을 준다. 공짜 복지에 앞장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밤마다 돈을 찍어내는 서울시립 조폐제조창이라도 만들고 싶다”고 소리친다. 매국보다 나쁜 망국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 줌의 정치꾼들이 온 국민을 마약쟁이로 만들고 있다.

 

배연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