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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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정치적 누명, 억울함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이던 임종석은 2012년 3월 총장직에서 사퇴하고 총선후보직을 내놓았다. 그 전 해에 터진 저축은행 게이트 연루설로 사퇴 압력이 거셌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 로비를 한 데 대한 수사가 벌어지면서 연루 정치인 명단이 줄줄이 나왔다. 임종석은 매달 300만원씩 3년간 1억원을 받았다고 했다.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던 대학 선배가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받은 돈이었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비리 연루자라는 오명 때문에 공격 타깃이 됐다. 당 지지율까지 하락하자 공공의 적이 됐다. 이해찬 당시 상임고문, 이용선 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문성근 당시 최고위원 등이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은 4번 구속됐다가 4번 풀려난 전력이 있다. 2012년 7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국회에서 체포 동의가 통과돼 법정 구속됐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게 구속 사유였다. 항소심에서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첫 번째 시련은 김대중정부에서 대통령 법무비서관을 지낼 때 터진 옷로비 사건. 그는 사직동팀 내사 보고서를 김태정 검찰총장에게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무비서관으로서 의혹을 철저히 조사했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2000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때도 구속됐으나 연거푸 무죄를 선고받았다.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정치적으로 가시밭길이었다. 그는 이마저 거부하지 않았다. “시련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파트 건설현장에 울산지역 특정 업체의 레미콘을 쓰도록 건설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선거에서 패배했다. 후보로 확정된 날 경찰이 압수수색했고, 수사 상황이 알려졌다. 상대 후보가 이를 네거티브 공격에 활용했다. 경찰청에서 내려간 범죄 첩보로 시작된 수사였다고 한다. 선거에 떨어진 뒤 그의 측근들과 친동생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억울하지 않을 리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굴러가는 방식은 똑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