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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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염원 담아 ‘한국판 발틱웨이’ 추진” [차 한잔 나누며]

민간 평화운동 펼치는 이석행 DMZ인간띠운동 본부장 /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맞아 / 강화∼고성 500㎞ 인간띠 행사 / 베를린 장벽·에펠탑 앞서도 추진 / 종교·시민단체 참여… 정치색 배제 / “국민 노력이 통일 마중물 됐으면”
이석행 DMZ평화인간띠운동 본부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사무실에서 ‘DMZ 민(民)+평화 손잡기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순간 우리는 평화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한반도 정세는 다시 어지러워졌지만 우리 시민들이 함께 손을 잡아 평화의 불씨를 되살릴 것입니다.”

이석행(61) DMZ평화인간띠운동 본부장은 12일 현재 기획 중인 ‘DMZ 민(民)+평화 손잡기 행사’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에서 “평화 손잡기 행사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해 열린다”며 “27일 인천 강화도에서부터 강원 고성군까지 약 500㎞에 이르는 평화누리길을 따라 시민들이 손을 잡고 걷게 된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기원하는 민간 주도의 평화 운동을 펼친다는 것이다.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 가자’를 구호로 내건 이번 행사에는 약 5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독일 베를린 장벽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도 각 200여명이 참가해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로 손을 맞잡는 것은 ‘화해’와 ‘평화’의 상징입니다. 1989년 8월 소련의 속박을 받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시민 20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620㎞의 인간띠 ‘발틱웨이’를 만들었잖아요. 손에 손을 잡고 3국을 거쳐 길게 이어진 인간띠는 평화와 자유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본부장은 “‘자유를 달라’는 간절한 외침이 이듬해 이들 3개국 주민들에게 독립을 가져다주었다”며 “이번 우리의 평화 행동도 강대국의 논리로 갈라진 한반도에 기적을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발틱웨이 시위처럼 온전히 민간이 주도한다.

이 본부장은 사회책임을 연구하며 집필 활동을 하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른 운영위원들도 정치권과는 무관한 이들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북·미 협상이 결렬되고 남북관계까지 주춤한 이 상황은 관(官) 또는 정치 행사로 풀기는 어렵기에 민(民)이 생각하는 염원을 행동으로 전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정부 주도 행사가 아닌 탓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본부장은 “정부 주도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고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며 “조사, 섭외, 홍보 등 모든 일들을 정부의 지원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영진의 원동력 역시 시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이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내가 이번 역사 현장에 손잡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다’는 어느 참가자 분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아 힘을 내고 있다”며 “제주도 등에서 교통비를 사비로 내면서까지 DMZ로 올라오는 많은 참가자를 생각하며 다들 즐겁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통일 관련 단체는 물론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단체와 각종 시민단체, 청소년 단체가 뜻을 모으고 있다. 다양한 이념과 가치를 지닌 집단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번 행사가 끝나면 본부 해체 이후 참가자들은 본업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정치적인 단체도 아니고,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도 아닙니다. 그저 우리의 작은 노력이 마중물이 돼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이 손잡을 날이 오기만 바랄 뿐입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