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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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악화일로 한·일관계, 상황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한·일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50여년간 쌓아온 상호 신뢰 관계가 흔들리는 현상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1965년 한·일조약체제와 외교적 합의에 대해 한국의 사법부가 개입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양국 관계 악화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정치인과 정부가 이러한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비전략적 방치에 의해 한·일관계가 표류하고 있다”며 “한·일관계 악화는 경제계에 직격탄”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는 이명박정부 때부터 악화 조짐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노다 총리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면서 충돌했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를 했지만 문재인정부는 이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결정했다. 게다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일본 해상초계기 위협비행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난 4∼5일 일본을 방문한 한·중·일 주재 미국대사들과 국무부 간부들은 고노 다로 일본 외상 등을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을 비롯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 한·일 관계가 빨리 회복돼야 한다”면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한·일관계의 균열을 벌리는 움직임만 두드러진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그제 부산 동구 일본 총영사관 앞길을 ‘항일 거리’로 선포하려고 했다.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부근 인도에 무단 설치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부산시가 다른 곳으로 옮기자 부산시장실로 몰려가 규탄대회를 열기까지 했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에 한·일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일본이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제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한·일관계를 적절히 관리해 나가면서 관계를 호전시킬 방법을 적극 찾아나서야 한다. 외교에서는 눈앞의 이익이 전부가 아님을 늘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