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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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키우는 주범… 나를 잡으면 저감효과 가장 커요” [지구의 미래]

난 지독한 유해물질 ‘암모니아’ 입니다 / 질소비료 쓴 농경지·축사서 태어나 / 질산 입자 중화 먼지 ‘2차 생성’ 시켜 / 질산암모늄·황산암모늄이 ‘제 작품’ / 뚜렷한 암모니아 배출원 없는 대도시 / 車 저감 장치 탓 생성 가능성도 제기 / 각국 암모니아 배출량 감축안 골머리 / 한국, 작년 측정 장비 들여 시험운영 / “미스터리한 나, 잡을 테면 잡아 봐”

안녕하십니까? 저는 암모니아입니다. 이런, 제 이름만 듣고 벌써 인상을 쓰는 분이 계시네요.

 

불편하시다면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식사 중이시라면 더더욱 죄송합니다). 돼지우리, 거름 뿌린 논밭,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 다 저 때문이니까요.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오늘(17일) 인사를 드리는 이유는 바로 그 냄새에 가려 저의 실체를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자기소개 좀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명색이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오염물질이란 말씀이죠.

 

여러분이 너무도 싫어하는 초미세먼지(PM2.5), 그 아이를 먹이고 키운 게 바로 저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제 이야기 좀 들어보시죠.      

 

◆고농도 미스터리… 혹시 범인이 암모니아?

 

지난해 11월 초였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미세먼지로 난리가 났었습니다. 일 평균값이 71㎍/㎥(서울 기준)으로 PM2.5 관측 이래 11월 최고치를 찍었거든요. 고농도 미세먼지가 가라앉은 바로 다음날 정부는 ‘클린디젤’ 정책 폐기를 발표하기도 했죠.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기간(지난해 11월3∼6일) 고농도 미세먼지는 국내 요인이 더 컸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성분을 보면 이상한 게 눈에 띕니다.

 

수도권의 경우 고농도 전 5㎍/㎥도 안 됐던 질산암모늄과 황산암모늄 농도가 점차 증가하더니 마지막인 6일에는 45㎍/㎥까지 9배 뛰어오른 겁니다.

 

이름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질산암모늄, 황산암모늄은 제가 있어야 만들어지는 ‘2차 생성’ 미세먼지입니다. 

 

논밭에 거름 줄 시기도 아니고, 가축들이 미세먼지 스트레스로 배설량을 늘린 것도 아닐 텐데, 저는 어디서 온 걸까요.

 

지난해 9월 사이언스지의 홈페이지에 이런 기사도 올라왔습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는 스모그레이크시티라 불릴 만큼 대기질이 나쁘다네요. 미 환경보호청(EPA)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6개 대학과 주정부, 연방정부 인력을 동원해 원인 분석에 나섭니다. 스모그는 예상대로 PM2.5 때문이었는데요, 놀라운 건 그중 4분의 3이 질산암모늄이었다는 겁니다. 실제 암모니아 농도도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 더 높았다네요. 겨울이라 농사철도 아닌데 말이죠. 

 

그저 고약한 냄새나 풍기는 녀석인 줄 알았더니, 진짜로 저한테서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암모니아로 늘어나는 2차 먼지

 

수상한 냄새의 출처를 따지기에 앞서 그럼 도대체 제가 어떻게 미세먼지를 키운다는 건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자동차에서 나온 질소산화물(NO, NO₂)은 대기 중에서 질산(HNO₃)으로 변해 미세먼지나 물방울 표면에 붙게 됩니다.

 

질산. 말 그대로 산성입니다. 제 아무리 ‘슈퍼 초 울트라’ 강산(強酸)이라도 산성을 띠는 데는 한계가 있겠죠. 여기서 화학반응이 끝나면 스카이라인이 안 보일 정도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안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제가 등장합니다. 제가 산화된 입자를 다시 중성화시켜 먼지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게 응원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식탁에 앉아 맨밥(질산)만 먹다가 “이제 더 못 먹겠다” 하고 일어나려는데, 맛있는 김치(암모니아)가 나와서 “조금 더 먹어볼까” 하고 다시 숟가락을 잡게 만드는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게 질산암모늄(NH₄NO₃)입니다.

 

공장에서 주로 나오는 황산화물도 비슷한 경로로 황산암모늄이 됩니다. 

 

이런 암모늄은 굴뚝이나 배기관에서 직접 먼지로 나오는 게 아니라 가스로 배출됐다가 화학반응을 거쳐 먼지로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2차 생성 미세먼지라고 합니다. 

 

2차라고 하니까 어쩐지 비주류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고농도 때 2차 먼지는 1차 먼지보다 2∼3배 많습니다. 조연이 아니라 주연인 거죠.

 

사후에 만들어진 물질이다 보니 ‘이 먼지가 중국발이냐, 국내산이냐’ 따지기도 쉽지 않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가 먼지 재료를 보낸 건 맞는데, 그걸 고농도로 키운 건 너희 암모니아야”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생명이 보통 하루 정도로 짧아서 중국에서 바다 건너 우리나라로 오기는 쉽지 않거든요. 엄마, 아빠의 국적이 다르다면 그 아이는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동차에서 암모니아가?

 

그럼 다시 수상한 냄새의 출처를 따져보죠.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는 질소비료를 쓰는 농경지나 축분이 쌓여 있는 농장에서 주로 나옵니다. 계절로 따지면 온도가 높은 여름철에 많고요. 축사도 겨울보단 여름에 냄새가 더 지독하잖아요.

 

과학원은 매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발간하는데 가장 최근 자료인 2015년 통계를 보면, 저는 1년 동안 29만7167t이 배출됐는데 그중 23만1263t(77.8%)이 농업(축산업 포함)에서 나온 것입니다. 외국 자료를 봐도 이 비율은 대동소이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니야, 뭔가 더 있어’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고농도 때도 그렇고,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상황도 그렇고 상식적으로 제가 많을 시기가 아닌데 암모늄염 농도가 치솟으니까요.

 

중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중국은 땅이 넓어 서울보다 몇 배나 큰 도시들이 많습니다. 농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뚜렷한 암모니아 배출원이 없는 이런 대도시에서도 질산암모늄이 많이 만들어지다 보니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새나오는 게 아닌지 주변을 둘러보게 됐죠.

 

그러다 눈에 띈 게 바로 자동차입니다.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쓰는 ‘삼원촉매’에서 화학반응으로 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거죠.

 

이태형 한국외국어대(환경학) 교수팀이 실험을 해보니 휘발유차는 1㎞ 달릴 때마다 1000㎍ 이상의 암모늄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 등록된 휘발유차 대수(160만대)를 감안하면, 도시의 자동차는 ‘달리는 축사’일지 모른단 얘기죠.

 

경유차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경유차는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선택적 촉매 저감장치(SCR)를 달고 있는데 여기에 쓰는 요소수가 바로 저를 말하는 거거든요. 

 

이렇게 촉매로 쓴 암모니아가 반응하지 않고 빠져나오는 걸 ‘암모니아 슬립’이라고 부릅니다. 공장 굴뚝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죠. 

 

먼지 줄이자고 만든 장치에서 또다시 먼지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아직은 가설입니다. 아직은 밝혀져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죠.

 

혹자는 말합니다. 굳이 어렵게 암모니아 연구를 하고, 또 돈을 들여 저감하느니 그냥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요.

 

저는 그 자체로도 유해한 대기오염물질입니다. 지난달 충북 음성의 한 육가공 공장에서 암모니아가 누출돼 23명이 병원에 실려간 일이 있었죠. 

 

이런 연구도 있습니다. 김순태 아주대 교수(환경안전공학) 연구팀이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전구물질(원료물질)을 각각 50% 줄이고 연평균 PM2.5 농도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사했더니 저를 줄였을 때 먼지 저감효과가 가장 컸습니다. 

 

‘공기의 적’으로 찍힌 질소산화물은 절반을 줄였는데도 수도권 같은 도심에서는 되레 PM2.5가 짙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질소산화물의 하나인 일산화질소(NO)는 오존을 잡아먹습니다. 질소산화물이 줄면 오존량이 늘겠죠. 오존이 늘면 대기 중 질소산화물은 질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데요, 질산은 산성이라 저랑 친합니다. 쉽게 반응해 질산암모늄을 만든단 뜻이죠. 즉 질소산화물이 줄면 오존량이 늘고, 2차 먼지인 질산암모늄이 늘어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을 ‘질소산화물 불이익’(NOx disbenefit)이라고 합니다.

 

자동차 촉매처럼 공기 정화하자고 벌인 일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쯤 되니 ‘그래서 어쩌라고’ 묻고 싶으시죠?

 

대답은 저도 모릅니다. 확실한 건 저는 2차 먼지의 핵심선수이면서도 냄새 말고는 별로 알려진 게 없는 미스터리한 물질이라는 거죠. 또 사교적인 성격 덕에 물에도 잘 녹고, 산성과도 금세 친해져 공기 중에서 저를 측정하는 것도 까다롭다고 하네요.

 

유럽연합은 암모니아 배출량 목표치를 정해 관리해오고 있고,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 저감정책을 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암모니아 측정 장비를 들여와 시험운영 중이고요. 우리나라가 저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어쩌라고’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대답을 끝으로 이만 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잡을 테면 잡아 봐)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