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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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 연일 무력시위, 北은 정세 오판하지 말아야

빅딜 고수하는 美 압박 의도 / 내주엔 북·러 정상회담 열릴 듯 / 핵포기가 살길임을 깨달아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 의전을 담당하는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역 주변을 시찰하는 모습이 일본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8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와 북·러 경제협력을 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대북제재 해제가 무산되자 푸틴 대통령에게서 우회로를 찾으려는 차원이다. 미국·중국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는 연일 군사행보에 나서고 있다.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집권 2기 권력을 재편한 이후 첫 외부활동으로 16일 평양 공군부대를 방문해 전투기 비행훈련을 지켜본 데 이어 이튿날엔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시험을 참관했다. 김 위원장이 신형무기 시험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 무기체계의 개발 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빅딜’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 위해 저강도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다시 전면에 나섰다. 볼턴 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가 더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를 보기를 원한다”고 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해제는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은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웠다. 김 위원장은 현 정세를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에 기대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을 허물려고 하거나 무력시위를 벌인다고 해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김정은 정권의 국제적 고립만 가속화할 뿐이다. 북한이 살길은 하나뿐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서둘러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