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지자체는 현금복지, 여당은 선심예산… 혈세 낭비 안된다

경기 안산시가 재산·소득에 관계없이 지역의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북 부안군과 강원 화천군이 신입생 등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지만, 안산시의 반값 등록금은 대상과 예산이 훨씬 많다. 지원 대상은 안산시에 가족과 함께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대학생으로, 약 2만명이다. 한 해 소요 예산은 335억원으로 잡고 있다. 정책의 목표나 효과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시행되는 ‘현금복지 포퓰리즘’이다.

충북 제천에서는 전국 최초로 대학생 버스요금 할인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제천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30% 이하로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이 역시 세금으로 지원된다. 지방자치단체의 현금복지 경쟁은 돌림병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가 신설한 복지사업은 총 93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직접 주는 방식이 67.7%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이 4300억원이나 되는데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된 사업은 드물다.

현금살포식 복지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시행한다는 점이다. 전남 곡성군은 이달부터 무주택 청년에게 월 20만원씩 1년간 최대 240만원을 나눠주는 취업자 주거비 지원 사업을 벌인다. 곡성군의 재정자립도는 16.7%에 불과하다. 현금복지에 대해 지자체는 인구가 줄면 정부의 지방교부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도 재정난 탓에 현금복지를 축소하고 직업교육 강화 등 일하는 복지로 전환하고 있다.

현금성 복지정책은 한번 시작하면 뒤집기 어려워 두고두고 재정의 발목을 잡는다. 중앙정부와 집권당은 이 같은 지자체의 복지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마무리한 전국 순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요청받은 지역개발사업 규모는 무려 134조349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순수 국비만 92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대부분 적극 돕겠다”고 했다. 각종 실정에 따른 민심이반 우려 때문에 무리한 예산 퍼붓기에 나선 게 아닌가 우려된다. 선거가 다가온다고 해서 국민 세금을 이렇게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