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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된 취업문에 채용 관련 헌법소원도 증가

군대에서 다친 국가유공자, "취업 가산점 있으면 뭣 하나" 헌법소원 / 38세 구직자, "청년 범위를 15∼34세로 제한한 청년고용특별법 위헌" / 헌재, "좀 더 일찍 청구했더라면…" 청구기간 도과 이유로 둘 다 각하

“국가유공자인데 취업 때 가산점을 더 많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만 38세인데…. 이 정도면 청년 고용 촉진 대상에 해당하지 않나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권의 경제 성적표가 영 시원치 않아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워지면서 각종 고용특례 제도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해당 제도들의 위헌성을 따져 묻는 헌법소원 청구까지 헌법재판소에 제기되는 실정이다.

 

헌재는 ‘청년실업’의 아픔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법률이 정한 시한을 넘겨 청구가 이뤄지는 등 순전히 법리적인 이유를 들어 사건을 각하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는 표정이다.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 앞에서 취업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취업 가산점 있으면 뭣 하나" 어느 국가유공자의 울분

 

19일 헌재에 따르면 A씨는 군복무 시절 임무 수행 도중 부상해 2009년 5월 ‘공상군경’ 인정을 받고 국가유공자가 되었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은 취업지원 실시기관이 채용시험을 실시할 때 국가유공자 등 취업지원 대상자에게 가점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에 A씨는 가점을 믿고 여러 시험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A씨가 이유를 따져보니 현행법이 국가유공자들한테 마냥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국가유공자법은 유공자라는 이유로 가점을 받아 합격하는 사람이 그 채용시험 선발 예정 인원의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즉, 선발 예정 인원이 3명 이하인 소규모 채용은 국가유공자가 가점에 힘입어 합격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구조다.

 

‘내가 나라를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하는 생각에 분통이 터진 A씨는 지난달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는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국가유공자들이 가점을 받아 합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국가유공자법이 취업시 가점과 관련해 수혜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 국가유공자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살펴보니 국가유공자법의 취업 가점 조항이 시행된 것은 2016년 6월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A씨가 국가유공자로 정식 등록된 것은 2009년 5월의 일이었다.

 

현행법상 기본권 침해를 사유로 한 헌법소원 청구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만 가능하다. 결국 헌재 제2지정재판부(재판장 이영진 재판관)는 “A씨는 늦어도 2017년 6월까지는 헌법소원을 청구했어야 하는데 올해 3월에야 냈다”며 “헌법소원 청구기간이 이미 끝나 부적법하다”고 각하 결정했다.

 

실업자들이 실업급여 수령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34세 이하만 청년이라뇨…" 어느 38세 구직자의 절규

 

1980년 12월에 태어나 현재 만 38세인 B씨는 지난달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의 일반직 6급 채용에 지원했으나 원서 접수 자체를 거절당했다. 채용 담당자는 “해당 직급은 청년고용촉진법특별법이 정한 ‘청년’에 한해서만 지원 자격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화가 난 B씨가 따져보니 해당 법률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는 경우 ‘15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청년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38세의 B씨는 진작 청년이 아니었던 셈이었다.

 

‘나도 마음은 청년인데’ 하는 생각에 B씨는 헌재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서 “청년고용특별법이 청년의 나이를 34세 이하로 규정한 것은 나이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것으로 나처럼 35세가 넘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관들이 살펴보니 청년고용특별법이 시행된 것은 2014년 1월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B씨는 그 이듬해인 2015년 12월에 이미 만으로 35세가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행법상 기본권 침해를 사유로 한 헌법소원 청구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만 가능하다. B씨는 2015년에 이미 35세를 넘겨 청년고용특별법상 ‘청년’의 개념에서 배제됐으므로 그때 이미 헌법소원을 냈어야 한다는 뜻이다.

 

헌재 제2지정재판부(재판장 서기석 재판관)는 “B씨는 청년의 범위를 34세 이하로 제한한 청년고용특별법이 시행된 뒤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 기본권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B씨는 만 35세를 넘기고서 한참이 지난 올해에야 헌법소원심판을 내 청구기간이 이미 끝났으므로 부적법하다”고 각하 결정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