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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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인간 탐욕이 부른 미세먼지

언제부턴가 미세먼지 점검 필수 / 환경 중요성 대한 인식 점차 확산 / 건강 망치긴 쉬워도 회복 어려워 / 지구 건강 회복 노력 늦지 않아야

언제부터였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됐다. 날씨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우선 비가 오는지 본다. 우산을 챙겨야 하는지 궁금해서다. 아무래도 우산이 있으면 가방이 그만큼 무거워지고 출근길 버스에서도 불편해진다. 시간대별 예상 기온도 대충 훑어본다. 그에 맞춰 적당한 옷을 고른다. 그리고 최근 필수가 된 점검 항목이 있다. 미세먼지다. 마스크를 쓰고 나갈지 결정해야 하니까.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덕분인지 맑은 공기는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며 자랐다. 주변에서는 공장을 찾아볼 수 없었고, 자동차도 많이 다니지 않았다. 일기예보를 통해 비가 올 것인지 정도만 알면 충분했던 것 같다. 공기가 탁하다느니 하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때가 있었나 싶다.

우상규 산업부 차장

물론 그 시절에도 공장 밀집지역은 공기가 썩 맑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공장을 마구 세우고 경제 발전에만 몰두하던 당시에는 환경 개념도 희박했을 테니 대기오염 물질이 대책 없이 배출되지 않았을까. 요즘처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진 시대에도 최근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전남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들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 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 수치를 조작하다 적발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의심이 든다. 그때는 그냥 정보가 없어서 일반 국민이 신경을 덜 쓰고 지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미세먼지 문제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됐을까. 아마 2013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미세먼지가 석면이나 벤젠만큼 위험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이듬해 2월부터 미세먼지(PM10), 2015년 1월부터 초미세먼지(PM2.5) 예보를 시작했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분석 데이터 업체 ‘에어비주얼’의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1m³당 24.0μg(나노그램)으로 조사 대상 73개국 중 27번째로 나빴다. 일본(12.0μg)보다 높고 중국(41.2μg)보다 낮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개선되는 추세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PM2.5 농도는 2005년 1m³당 36μg에서 2017년 25μg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날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초에도 초미세먼지 특보가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숨쉬기 힘들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면역력이 약한 유아, 호흡기질환자, 저소득층의 고통이 컸다.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야외 작업이 많은 건설업과 물류업, 손님의 발길이 끊기는 유통업과 외식업은 작지 않은 타격을 보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40∼70%는 국외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는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비용을 아끼려고 수치를 조작하는 일부 기업들의 행태만 봐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도 미세먼지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과 유라시아 대륙의 온도차가 감소하고, 이는 유라시아 대륙의 풍속 감소와 대기 정체를 유발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점차 확산하고 있고, 플라스틱 대신 종이로 된 포장재나 빨대를 사용하는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을 쏟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도 경유 대신 LPG 사용을 독려하는 등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도 석탄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목표가 과도하다는 논란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 많아 보이지만 방향은 맞는 것 같다.

사람의 건강은 망치기는 쉬워도 회복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지구의 건강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노력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상규 산업부 차장